바람 불어도 괜찮아요.
물 만난 가을의 막바지 화려한 붓질이 끝나고
나무마다 찬바람 불어와 잎을 털어냅니다.
벌거벗은 나목 가랑이에 움막 한 채가 드러납니다.
나무가 통 째 휘청거리는 날에도 움막은 끄떡없습니다.
얼기설기 엮은 집이지만 비 샐 걱정도 없습니다.
이래 봬도 야무지게 방수처리를 했습니다.
흙으로 바닥 기초 공사를 하고
마른 풀잎으로 푹신한 이브자리도 깔았습니다.
겨울 따스한 볕은 저 높은 곳 까치집 차지입니다.
까치 부부가 몸살을 앓지는 않았을까요.
먼 곳 마다하지 않고 최고의 자재를 찾아 발품을 팔았습니다
흙과 나뭇가지 그리고 마른 풀잎을 수 천 번 물어 날랐습니다.
얼마 전 있었던 아파트 공사장 자재 도난 사건은
분명 까치 부부의 짓은 아니겠지요.
꼬박 한 달 걸려 손수 마련한 보금자리입니다.
그러나 강풍의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지은 집이 가끔 붕괴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처럼 부실공사 때문이 아닙니다.
전봇대를 터 잡아 지은 집은 하루아침에
강제 철거당하기 일쑤입니다.
알을 깨고 나온 까치가 날개를 펴고 이미 떠난 빈 집이었다면
얼마나 다행일까요.
까치들의 내 집 마련은 사람들만큼이나 힘겨워보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까치들도 새 집 마련을 포기하고 헌 집을 수리하고 리모델링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