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마음에 나이테를 새기는 것.
저 좁고 어두운 길 위에 물결 이는 저녁 호수에
가로등 불빛처럼 몸을 담그고 파르르 떨었던 지난 날이 있습니다.
시린 바람 불어왔다 간 인생의 겨울이 남긴 흔적입니다.
널찍하고 고운 길 위에는
멈추지 않는 도전에 가속도가 붙어 거침없이 질주하는 날이 있습니다.
꽃잎 날리는 인생의 봄날이 남긴 흔적입니다.
그래도 시린 날보다 따스한 날이 더 많았습니다.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가 뿌리 몇 가닥으로 버티고 다시 일어선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고운 길을 냈습니다.
매일 매일이 따뜻한 세상속에서는 아름다움을 알지 못합니다.
아스팔트 길을 쏜살같이 달린다면
어느 해, 길 어디쯤에선가 피었던 꽃이 여전히 그 얼굴색을 하고 있는지,
개울물속에 물고기 식구가 얼마나 더 많이 늘었는지...
게다가 겨울 앙상한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메달린 초록색 누에나방고치를
처음 만나는 일도 없습니다.
돌부리에 넘어지고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 길을 터벅터벅 걸어갈 때
삶의 아름다움을 디자인하는 것들과 만나게 됩니다.
끝 없는 길을 돌아 돌아올 때마다 한 뼘씩 커지는 저 둥근 원은
우리가 남겨두게 될 삶의 무늬입니다.
삶이 아름다운 것은 나이테가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가는 것이 마음에 나이테를 새기는 일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