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들고 온 화가

세상의 화가들 (1)

by 키작은 울타리

독도로 가는 사람들은 가슴에 폭탄을 장착하고 간다.

소풍 전날 밤처럼 동해의 성난 물결을 달래는 물밑 작업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허락된 시간은 30분이었다.


나루터에 정박한 여객선의 문이 열리자 폭탄이 연쇄적으로 터졌다.

거대한 폭발음 파편이 군무를 펼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 땅에 남김 없이 족적을 찍고야 말겠다는 결의가 사방에서 일었다.

일사불란함 속에 움직이지 않는 한 사람이 있었다.

나루터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은 화가였다.


손바닥만 한 공책과 팔레트 사이를 그림붓이 숨차는 왕복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바람이 종잇장을 넘기려고 집요하게 덤볐다.

파도는 그의 등뒤에서 쉴새 없이 뜀뛰기를 하였다.

시간을 축내는 바람의 객기에도 독도는 흰 종이에

그 장엄한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었다.


동이 난 시간이 사람들을 여객선으로 불러들였다.

화가는 남은 한 방울의 시간까지 쥐어짜내고 있었다.

나루터에서 발을 떼는 사람들은 제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연인들의 헤어짐만큼이나 애틋한 30분의 대군무가 끝이 났다.

군무의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한 것은 화가였다.

모두가 퇴장한 빈 나루터에 그는 독도를 통 째 허리춤에 끼고 뛰어오고 있었다.

바람이 그의 뒤를 따라붙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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