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의 나무가 흔들릴 때

세상의 화가들(4)

by 키작은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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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가 다이빙을 합니다.

꽁무니가 꼬리치고 사라지면 둥근 물무늬가 나이테처럼 퍼져나갑니다.

호수에서 펼쳐지는 오리의 단독 퍼포먼스입니다.

처음에는 그 모습이 예뻐 턱을 걸치고 구경에 나섰지만

반복해서 나타나는 물무늬는 곧 따분해졌습니다.


호수에 뿌리 내린 겨울 벌거벗은 나무는

바람에게 맞서지 않습니다.

누추한 어깨에 날아 들어와 앉은 새들에게

빗자루를 휘두르지 않습니다.

또 돌 던지는 아이에게 호통을 치는 일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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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오면 나무는 디자인을 합니다.

여인의 치렁치렁한 긴 파마머리를 완성하고

사막을 걷는 낙타도 한 마리 그려 넣습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바람은 좌우로 물을 조종하여

곧게 뻗은 길을 구불구불하게 만들어놓습니다.

가끔은 길을 끊어놨다가 다시 붙여놓기도 합니다.


나무가 흔들리지 않으면 저 청둥오리처럼

그릴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흔들림이 두려워 실내 정원에 꾸며진 연못에 갇혀 산다면

아무 것도 그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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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우리의 평생 동거인입니다.

저 물 위의 나무처럼 흔들리는 삶 속에서 우리는

마음속 깊은 심연에 아름다운 삶의 무늬를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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