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버들강아지

봄이 왔어요.

by 키작은 울타리

지금 개울가에는 털복숭이 버들강아지(갯버들)가

앙증맞은 꽃망울을 터트리며 조용히 봄을 알리고 있습니다.


유년 시절,

겨울과 봄 사이 처음으로 양말을 벗어 냇물에 발을 담글 때쯤이면

버들강아지는 벌써 찾아와 기다란 몸을 물 위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해가 비치면 냇가는 온통 눈부신 은빛 별천지였다.



버들강아지를 보면 산사의 스님이 떠오른다.

부작사부작 산길을 걷는 스님들의 뒷모습은 영락없이 버들강아지 같다.

어쩜 옷 입은 모양새 하며 옷 색깔까지.

게다가 사는 곳도 닮았으니 그것뿐이 아니다.


보들보들한 솜털은 스님의 온화한 미소를 닮았다.

곡선을 그리는 몸의 유연함을 보면 고집도 쌔지 않는 게 틀림없다.

뿌리 내린 곳에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날에도

불청객이 모여들어 악취가 진동을 해도

버들강아지의 얼굴은 물들지 않는다.

자꾸만 물 가까이 가려고 손을 뻗는 것은

물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 그늘이 내려 앉아있는지

살피는 것인지도 모른다.


스님도 그렇다.



숲 속에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날,

우연히 산길을 걷는 스님들의 뒷모습을 발견한다면

나는 갈 길을 제쳐두고 그 뒤를 졸졸 따라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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