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가 일군 낙원

바위이끼

by 키작은 울타리

바위로 울타리를 친 호숫가를 걷습니다.

새벽, 피어오르는 호수의 입김은 날마다 어디로 갔을까.

자꾸만 꼬물꼬물 조잘대는 소리가 납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아무도 없습니다.

숨겨논 먹이 찾으러 나온 다람쥐도 들었는지

쪼르륵 꼬리 감추기에 바쁩니다.


무뚝뚝하고 차가운 바위에게도

촉촉하고 부드러운 속내가 있었습니다.

조막손으로 기어오른 담쟁이 그물에 뒤덮힌 바위가

물기를 비축하고 낙원을 일구었습니다.

공기를 실어 나르는 바람도 한 몫 거들었습니다.


찬바람 불어 치렁치렁 줄기만 남겨두고 떠난 담쟁이에

흰 매화꽃이 몽실몽실 피었습니다.

서둘러 겨울잠에서 깨어난 살찐 뱀이 비몽사몽 걷습니다.

도롱뇽도 아니고 하마도 아닌 정체불명의 녀석은

엉덩이를 흔들며 꽃밭을 누빕니다.


실눈을 크게 뜨고 낙원 구석구석을 스캔합니다.

바위틈에 겨우내 뭉글뭉글 피어있는 꽃은

유연한 몸을 꼬아서 꽃잎으로 위장한 이파리입니다.

바위낙원은 이제 꽃과 동물들 천지입니다.

바위의 깊은 속내를 알아차리고 먼 우주에서까지 몰려왔나봅니다.


똥강아지 한 마리 흰 구름을 쫓아다닙니다.

촐랑대는 꼬랑지가 눈에 익습니다.

얼마 전 가출했다는 민수네 콩순이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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