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풍경
빨랫줄 구석까지 후퇴한 빨래집게가 멍 때리고 있다.
근육이 빠져나간 두 팔이 물주머니처럼 출렁인다.
빨랫줄에 걸린 삶의 무게로 키운 근육이었다.
하늘을 가로지른 빨랫줄에 무수한 삶이 걸려 있었다.
축 처진 가장의 어깨에서 고단한 삶의 무게가 뚝-뚝 떨어졌다.
소방관이 되고 싶은 아이의 꿈도 걸려 영글어갔다.
가끔은 빨래집게의 흑기사가 된 빨랫줄이 온몸으로 무게를 견디고 있었다.
어제의 바람일 텐데 눈길도 주지 않는다.
쌩! 하고 빈 빨랫줄 담을 넘어간다.
전망좋은 집터를 찾아낸 거미는 벌써 기둥까지 세웠다.
이렇게 바람 불어 햇살 좋은 날,
지금은 어디에서 뽀송뽀송해진 가장이 구름 속을 오가며
그네를 타고 있을까.
나는 내일 푸른 하늘에 빨랫줄을 쳐야겠다.
그리고 눅눅해진 마음을 꺼내 빨랫줄에 널고
바지랑대를 높이 세워야겠다.
구석에 내몰린 빨래집게도 끌어내고
무심한 바람도 붙들어야겠다.
빨랫줄이 있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