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있어야 집이다

저층 밀집주택을 내려다보며

by 키작은 울타리

내 집 앞마당은 가을이면 벼가 누렇게 익어갔다.

툇마루 기둥에서는 키 재기 눈금이 날마다 자라고

이웃집 주정뱅이 아저씨는 미운털이 박혔어도

담 넘어간 무화과나무 가지를 자르지 않았다.


초록색 큐브 세상 같은 도시의 좁은 골목에는

막 새 단장을 마친 집이 사람을 교체한다.

벽 어딘가에서 아이의 키는 어디만큼 자라다 멈추었을까.


떠나가는 사람은 짐 싸들고 나가면 그만이다.

손에 쥐어진 것은 일개미로 살아온 쓰디쓴 날들과

떠돌이 삶의 기록으로 종이에 새겨질 동네이름 몇 글자다.


도시 콘크리트 지붕에는 가을이 되어도 익지 않는 벼가 자란다.

거쳐간 수많은 사연들만 남아 압축되어 쌓인다.

그래도 사람들은 도시의 콘크리트 조각 하나를 꿈꾸며 내일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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