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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Jun 25. 2021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캘리포니아, '리틀 포레스트'의 삶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하고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면?


아이들이 실컷 뛰어다닐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 취미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코로나19 시기, 정원에서 마스크 벗고 바깥 공기를 자유롭게 쐴 수 있다.


집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개인 영화관, 체육관)


야외에서 고기구워 먹는 일이 일상이 된다.



지난해 12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반 년 전에 이사를 했다. 아파트에서 전원주택으로의 이사였다. 코로나19 시기에 많은 이들이 그렇듯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우리집 또한 개인 정원이 딸려있는 주택으로의 이사가 간절했다. 하루종일 아파트 안에 갇혀 두 사내아이를 키우기란 쉽지 않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집에서 뛰어다니는 두 아이 때문에 밑에 층에 석고대죄라도 해야할 듯한 죄송한 심정이었다. "뛰지마!!!" 라고 소리쳐도 가뿐히 엄마말을 무시하고 온 사방을 뛰어다니는 아들 둘은 육아의 국룰인가...


거기다 미국에서 살다보면 왠지 모르게 당연히 주택에서 살아야 할 것 같은 압박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그건 '굳이 땅 넓은 미국에서까지 한국처럼 아파트에 살아야 하나?'와 같은 질문이 잊을만 하면 떠오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미국에 놀러와 우리 집에 머물렀던 한 친구는 "아, 나는 미드에서 보는 것 같은 그런 집인줄 알았는데!'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을 위해서라도 전원주택에 이사를 가야겠다는 미세한 결심같은 걸 했다. 손님들의 미국집에 대한 막연한 환상 같은 걸 충족시켜주고 싶은 마음이었달까.


사실 난 딱히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한국에서 결혼 후 다시 미국으로 넘어와 첫 2년은 주택에 살았고 이후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아파트에서의 삶이 훨씬 더 좋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 삶의 행복은 주택이냐 아파트냐에 달린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사는 지역이 교외인가 도시인가의 문제였다.



도시에 위치한 주택에 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테지만, 그런 집을 찾기란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그리고 여러가지 다른 요소(건설된 년도, 학군, 교통, 직장과의 접근성 등)를 고려해서도 어려운 일이었다. 교외의 전원주택이냐 도시의 아파트냐를 고르라면 나는 당연히 후자다. 미국에서는 집 앞을 걸어다니는 일이 한국에서만큼 쉽지 않은데, 도시에서라면 그나마 가능해진다. 특히 내가 최근까지 살았던 아파트가 위치한 곳은 LA 동북쪽의 '글렌데일'이라는 곳으로 집 앞에 대형 야외쇼핑몰, 레스토랑들이 즐비해있었다. 자동차를 타지 않고도 집 앞에 걸어나와 커피를 마시고 간단한 쇼핑을 하는 일, 10년 넘게 미국에 살며 그런 편리한 경험은 처음이었기에 사는 내내 감탄했다.



그러나 나란 사람 자체의 선호도와 엄마로서의 선호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아이를 키운다면 당연히 전원주택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밖에 없으리라. 코로나19 기간 내내 내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 가족이 전원주택으로 이사가게 된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현재의 나에게는 통근시간의 트래픽이 전혀 없으므로 남편의 일터가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게 뭐로 보나 옳은 일이었다.





전원주택에서 살게된 지 어느덧 반 년. 우리 가족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많은 게 달라졌지만 그 중에서도 이 글에 담고 싶은 이야기는 가족들의 '공간'에 관한 것이다.


먼저 남편과 나에게는 각자만의 소중한 공간이 생겼다. 나의 경우는 나만의 서재(앞선 브런치  참조/https://brunch.co.kr/@ummi/74) 생겨 독서라는 취미생활을   있는 최적화  공간이 생겼고, 재택근무를 하는 데도 사무실과 같은 고도의 집중력을 가질  있게 됐다.

그리고 남편에게는 차고 영화관이 주어졌다. 바쁜 삶 속에서 남편보다는 아이들과 내가 영화관 사용 빈도가 현저하게 높다는 사실이 함정이긴 하지만 늘 집 안에 영화보는 공간을 따로 확보하고 싶어했던 남편에게 차고라는 엑스트라 공간은 영화관을 탄생할 수 있게끔 했다. 우리 부부는 집 앞에 야외 주차를 하는 대신 본래 주차 공간인 차고를 영화관으로 탈바꿈했다. 왠지 영화관이라는 단어를 쓰고 보니 실체보다 근사해보이긴 하지만, 레이저 프로젝터로 큰 화면에서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우리 가족에겐 영화관이 따로 없는 셈이다.

남편과 나에게 각각의 취미 공간이 생긴 동시에 아이들에게는 정원에 그들만의 놀이터 만들어졌다.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튜브형 놀이터는 본래 미니 수영장에 가깝지만, 아이들은 따로 물을 받지 않아도 잘도 놀았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로 싸우는 아이들을 혼내느라 지쳤었는데, 정원에 있는 놀이터 덕에 아이들은 전보다  싸우고, 같이  노는 모습을 보여준다. 덕분에 육아가 조금은  쉬워졌다.


부모와 아이들 저마다 애정하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 전원주택 후 느끼는 가장 큰 보람과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물론 아파트에서 살았던 그 시절이 교통, 도시 접근성 등으로 인해 나로서는 더 재미있었지만, 코로나19 시기 그 무엇보다도 갈망했던 가족들의 개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현재까지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다. 새 집에서 쓰여질 우리 가족의 또 다른 추억의 페이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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