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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Nov 22. 2021

05. 내 입맛의 요리를 찾고, 직접 요리하기

좋아하는 사람들과 먹으면 더 즐거워

일상 행복 찾기  

일상 행복 찾기는 자주 우울해하던 아이릿이 찾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씁니다.  

#내 입맛의 요리를 찾고, 직접 요리하기

  

  유럽과 동(남)아시아 11개국 26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접했다. 학생 신분이라 값비싼 요리는 먹지 못했지만 그 나라 최고의 음식은 거리에 널려있기 마련이다. 길거리에서 파는 팟타이, 뿌팟퐁 커리, 양념을 찍어먹는 열대과일 등이 색달랐던 태국부터 시작해서 공항에서부터 나던 그 향에 절여지는 듯했던 음식을 제공한 대만. 예술의 나라이면서 미식까지 가졌다는 프랑스. 소문대로 음식이 그다지 맛있진 않았던 영국... 각 나라에서 그 나라만의 음식을 맛보았지만 지금도 잊히지 않는 맛이 있다. 그래서 나는 한 해가 시작될 때 해야 할 일 목록에 새로운 음식 맛보기와 직접 요리해보기를 꼭 적어둔다. 젠가 또 그때의 추억과 함께 기억 날 새로운 맛을 위해.


   하루에 세 끼를 먹으라는데 보통 아침 또는 저녁 중 한 끼와 점심 두 끼만을 챙겨 먹는 것 같다. 정말 부지런하지 않은 이상 아침밥과 점심 그리고 저녁까지 제대로 챙겨 먹기는 쉽지 않은 세상이다. 난 직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침 대신 아점을 한다. 머리를 깨워놔야 한다며 눈 감고라도 아침은 꼬박꼬박 챙겨 먹던 고3 때를 제외하고선 아침을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다. 대신 아침 공복에 이를 닦은 뒤 따뜻한 물(또는 보리차나 작두콩차)을 한 잔 마시고 견과류를 약간 씹어 먹는다. 그래서 점심과 저녁 더욱더 맛있는 요리를 먹으려 하는 것 같다.


  어머니 밖에서 군것질하는 것과 배달음식을 꺼리는 사 내가 그걸 보고 배웠다. 나 역시 내가 장을 보고 요리하는 것이 좋다. 비염 환자라 후각이나 미각이 뛰어난 편은 절대 아니지만 새로운 향신료를 접하는 것을 즐겁다. 인터넷에서 본 새로운 방식으로 만든 소스로 한 요리를 맛보면 미뢰가 새롭게 반응하는데 그 과정이 퍽 흥미롭다. 중학생 때 어디선가 프랑스 요리라며 크로크 마담과 크로크 무슈를 먹는 사람들이 나오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파리바게뜨로 달려가 식빵을 사직접 베사멜 소스를 만들었다. 맛본 적도 없는 크로크 무슈와 크로크 마담을 만들었다. 훗날 프랑스에 가서 크로크 무슈를 먹는 사람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다른 나라에서 먹는 음식들의 유래와 조리법을 보는 게 재미있었다. 되돌아보면 나는 중학생 때부터 '내 입맛'을 찾으려던 시도를 했다. 입맛 계속 변해서 앞으로는 어떤 걸 더 좋아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런 입맛을 지녔다.


  오리는 백숙보다 로스나 펜에 구운 콩피(프랑스식 오리 구이)를 좋아한다. 빵은 달달한 몽블랑이나 뺑 오 쇼콜라도 좋아하지만 식사용으론 식빵보단 호밀빵이나 통밀. 거기에 꿀과 과일을 곁들이기. 이삭나 서브웨이에서 파는 샌드위치도 좋지만 바게트에 풍미 가득한 버터 잔뜩 발라 코흐니숑과 햄을 넣어 만든 게 더 좋다. 새우, 감자, 소시지, 올리브 등이 잔뜩 올라가고 테두리에 치즈나 소시지 고구마 무스를 넣은 한국식(또는 미국식) 피자도 나쁘진 않지만 반죽이 잘 된 질 좋은 도우에 풍미 가득한 치즈, 토마토소스, 바질을 얹어 화덕에 구운 이태리식 피자가 더 좋다. 국물 요리는 자극적인 것보단 채소 본연의 맛이나 다시마/멸치 육수의 맛까지 지킨 탕이 다. 집에서 미원이나 소고기 다시다와 같은 것을 사용하는 것은 지양한다(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요리할 때 사용한 걸 본 적이 없어서 나도 배운 것이다. 몸에 좋지 않다는 논란과는 무관). 치킨이나 피자 그리고 햄버거도 싫어하는 편은 아니지만 1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먹지 않는다.


  이렇게 따지는 것이 많아지다 보니 내 입맛에 맞는 빵집 찾기는 쉽지 않다. 보기에만 이쁜 것 말고 정성까지 담겨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집 찾기는 더욱더 어렵고. 내가 먹는 것이 내가 된다는 생각과 내가 좋아하는 걸 먹고 싶어 시작한 요리였지만 이제 가족들의 식탁까지 책임지게 되었다. 다행히(?) 나는 재료 손질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편이라 요리하는  즐겁다.

  

  오늘 저녁에는 찜닭이다! 를 외치고 길을 나섰다. 마트에서 1.2kg 닭을 5000원에 팔길래 두 개를 담았다. 하나는 찜닭 다른 하나는 닭볶음탕용이다. 엄마는 닭볶음탕을 먹고 싶어 했지만, 며칠 전 생일이었던 아빠가 먹고 싶다던 찜닭을 먼저 했다. 가볍게 헹궈서 내장을 제거한 닭을 마늘, 약간의 생강가루를 넣어 기름을 둘러둔 팬에 올려 구워냈다. 설탕과 맛술로 양념이 잘 배게 만든 다음 찜닭 양념 만들기 시작. 진간장, 후추, 마늘, 파, 청양고추 그리고 각종 채소만 있으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유튜브에서 추천받은 비법, 짜장 가루(원래는 춘장)를 넣어보았다. 달짝지근하기만 했던 찜닭의 맛이 확 달라졌다. 과한 설탕과 조미료 사용은 피하지만 가끔은 오늘처럼 허용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미리 불려둔 당면까지 넣으면 찜닭 완성.


  상을 차리는 것까지 마쳐야 했는데 칼에 손바닥을 베는 바람에 그 뒤엔 아빠가 나섰다. 찜닭을 가운데에 놓고 따뜻한 밥 두 공기. 김장하다가 양념이 모자라 남은 배추로 처음으로 담가 본 물김치, 엄마 친구가 준 김장 김치, 할인하길래 같이 사 온 생굴이 하나씩 상 위에 올랐다. 자극적이면서 기본 구성을 벗어나 치즈, 수제비 반죽, 떡볶이 떡, 소시지 등을 넣은 시중의 찜닭과는 전혀 다른 맛이다. 이날은 평소에 넣지 않던 짜장 가루까지 넣었더니 이전에 내가 했던 찜닭과도 다른 맛이었다. 베인 오른손 대신 왼손으로 포크를 쥔 채 밥을 쪼아 먹는 나를 보던 아빠가  닭다리를 발라서 밥 위에 얹어주었다. '먹여 줘야 편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부드러운 닭다리살을 밥과 함께 먹는다. 아빠와의 저녁을 마치고 나서 밤늦게 퇴근 한 엄마도 찜닭을 맛보았다. 언제나처럼 맛있다고 웃어 보였다.

  

  정성 들여 힘들게 요리한 음식을 가족들과 나눠먹으면 음식보다 더 따뜻한 무언가가 나를 감싸주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요리를 한다. 다른 사람이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행복해하는 것이 좋다. 물론 너무 강한 향신료를 넣은 요리는 부모님 입맛에 맞지 않아 구석으로 밀리기도 하고, 한국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동생마저도 먹지 않는 양식이 나오기도 하지만 말이다.



  

  요즘 환절기도 아닌데 코가 막혀서 죽을 맛이다. 사실 코는 뚫려있는데 목과 코 사이 어딘가가 꽉 막힌 듯하다. 금방 나을 줄 알았는데 약을 먹어도 오래간다. 일주일 내내 코 때문에 고생이다. 이번 주에는 좀 나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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