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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Apr 17. 2022

13. 나를 위한 선물

내가 준비한 선물, 내게 줄게

아이릿의 일상 행복 찾기

(일상 행복 찾기는 자주 우울함을 느끼던 아이릿이 찾은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해 씁니다.)

#13. 나를 위한 선물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서 취업센터를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의심도 많고 예민한 내 성격에 맞는 맞춤식 조언을 해주시는 취업 전문 상담사가 상주해 있었기 때문이다. 첫 만남 이후 성격검사를 통해 내 성격 유형을 알아보았다. 완벽주의 성향이 너무 높게 나왔다. 결함이 없이 완전하다는 그 완벽. 너무 높으면 나한테 문제가 생긴다. 내가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자기소개서를 넣는 데도 남들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장점으로 쓸 수 있는 성격이나 대외활동 경험을 가졌다고 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장점이라고요? 이렇게 써도 된다고요?"라며 속 뒤집어지는 소리를 하며 상담사를 괴롭혔다. 그렇게 괴롭히고 자기소개서만 수 십장을 썼는데 취업에 실패한 채 졸업을 했다.


 주변 친구들은 다들 일을 하면서 자기 몫을 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졸업을 한 뒤에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취업 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이곳에서도 제일 먼저 한 것은 성격유형검사와 적성검사였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더니 몇 년간 백수로 지내면서도 완벽주의 성향을 버리지 못했다. 완벽주의 성향에 몇 년간 고통을 주는 취업 스트레스로 스트레스 지수도 상당히 높았다. 상담사도 완벽주의 성향을 낮춰야 스트레스 지수를 낮출 수 있으니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했다.


 상담사한테는 "그 정도로 스트레스받지 않아요."라고는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무기력이 인간으로 만들어졌다면 내가 아니었을까 싶다. 상담 시작 전 여름에는 내 피를 빨아먹는 모기, 음식에 꼬인 날파리를 죽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살기 위해서 인간 피 빨고 쉼 없이 날갯짓하는 애들인데 뭣도 안 하는 내가 죽여도 되냐..."며 자학했다. 다행히 취업 센터의 상담과 글쓰기 수업을 통해 스트레스를 마주하고 해소하는 법을 배웠다. 내가 찾은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는 나한테 선물을 주는 것 것이었다. 


나한테 선물하기? 당연히 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나 스스로에게 꽤 엄격한 편이었기에 '취직도 못했는데 이걸 사도 되나'하며 욕구를 통제했다. 그 행위나 소비가 욕구 해소에 도움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수백 번을 막았다. 억누르고 억누르다 재작년 '이래서 안돼, 저래서 안돼'하며 오랜 기간 안 했던 것을 해보기로 했다. 


좋은 일(취뽀)이 생기면 하려던 것을 해보려고 갤럭시탭을 샀다. 이제껏 선물을 주지 않았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100만 원 돈을 써버렸다(물론 모아놓은 돈을 한 번에 쓸 수 없으니 엄마카드로 긁고 할부로 갚았다). 태블릿을 사자마자 유튜브 영상과, 인스타툰을 올렸고 글쓰기 공모전에도 나갔다. "제대로 된 편집 능력을 기르면, 그림을 잘 그리게 되면, 글쓰기 실력이 늘면 할 거야!" 했던 걸 다했다. 더 완벽하게 해야 되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부족한 영상, 그림 그리고 글에 덧글과 좋아요로 관심을 드러내 주었다. 그러한 관심을 받자 자신감이 생겼다. 뭔가 할 수 있을 것 같고 점점 나아질 것 같다는 자신감. 


내게 준 선물의 힘은 컸다. 우선 억누르던 욕망을 풀어주면서 일탈을 한 듯한 자유를 느꼈다. 완벽하게 준비해서 하려고 했던 것을 하며 도전정신이 생겼고, 항상 똑같이 흐르던 일상이 다채로워졌다. 생각보다 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과 무엇이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물질적인 선물이 아니어도 된다. 나는 내가 억누르기만 했던 욕구나 바람을 풀어주는 것이 선물이었다. 어쩌다 보니 소비로 이어졌지만 물건이 아니어도 된다. 그저 내가 미뤄왔던 모든 것에서 나를 풀어주는 것이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 같다.


https://www.instagram.com/i_kiffe/

인스타툰을 나름 꾸준히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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