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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Dec 28. 2023

0. 요르단행을 결정하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자

22년 4월, 추가 합격 후 신체검사 안내 문자

  요르단에 갈 기회를 얻었다.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전공하였기 나중에 취직한다면 프랑스어를 쓰는 아프리카 국가에 가지 않을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한 적은 있다. 아랍 국가에 갈까 말까 고민을 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 기회마저도 앞사람이 포기해 준 덕분에 주어진 것이었기에 감사하긴 했으나 예상치 못한 국가에 고민의 나날을 보낸 것 또한 사실이다. 요르단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나라가 싫은 건 아니다. 내가 살게 되리라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에 지쳐 한국을 떠나고 싶은 마음 반, 걱정되는 마음 반이었다. 그 걱정에는 국가에 대한 적응 외에도 그 직무를 해본 적 없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다.


  최종 합격 발표가 났으니 부모님께도 알려야 했다. 말을 하기 전 떠날(수도 있는) 당사자인 내가 요르단에 대해 알아야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아 요르단에 대해서 아는 대로 종이에 적어 봤다. '아랍국가, 아랍어 사용, 페트라.' 더 적어보고 싶어서 머리를 싸매보았지만 더 생각나는 게 없었다. A4용지 크기의 흰색 종이가 대학교 시험 볼 때 사용했던 B4용지보다 더 넓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는 것을 적는 건 뒤로하고 검색엔진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초록창에 요르단을 치니 지도가 나온다. 이웃 국가로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그리고 이라크가 있다. 어쩐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 전부 뉴스에서 전쟁, 내전, 테러 등으로 들어본 곳들이다.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정보를 찾아보기 위해 여러 사이트에 들어가서 글을 읽었다. 왕정국가, 사해, 와디럼,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가... 국가 자체로 설득하는 것은 포기. 요르단에서 내가 무엇을 배워올 수 있을지 얘기하며 미래의 가정으로 설득하기로 했다. 그러나 준비한 말을 제치고 튀어나온 말은 통보에 가까운 "요르단 붙었어. 가는 쪽으로 생각 중이야."라는 말이었다. 1년이 더 지나 이 글을 쓰면서도 그 말을 들은 부모님의 표정이 떠오른다.


  친구들에게도 요르단행 소식을 알렸다. 10명 중 9명은 요르단에 가겠다는 내 (잠정적) 결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조차도 결심을 하는 데 시간이 꽤 필요했기에 친구들이 보여주는 반응이 놀랍지는 않았다. 반대로 친한 친구가 본인도, 나도 잘 모르는 낯선 나라에 가겠다고 알리면 나 또한 친구가 원하는 일을 하게 되어 기쁜 마음에 뒤이어 걱정하는 마음이 따를 것 같다.


  모두에게 요르단행에 대한 가능성을 알렸고 대부분은 나의 선택에 긍정한 건 아니다. 청개구리 성격을 가진 나는 오히려 그 반응 덕에 요르단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무엇보다 요르단 현지에서 배울 수 있는 업무를 떠올리니 걱정의 99%는 사라졌다. 공공기관 행정직으로 무난히 살아가겠다며 개발협력업무는 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해왔다. 그런 내가 현지에서 개발협력업무를 보고 배우게 될 거라니. 만 30살이 코앞이라는 핑계로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 몇 주의 고민 끝, 부모님께 "나 요르단 가기로 결정했어."라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뭔가를 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딸의 모습이 오랜만이라 그런지 금세 태도를 바꿔 나를 믿는다며 응원해 주었다. 부모님이 계속 반대할까 걱정한 것이 무색해졌다.


  그렇게 나의 요르단행은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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