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 가리는 사람으로 판명났다.
진정한 휴가를 잘 즐기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까지 약 3주가량이 남아있었고 그 사이에 요르단에서 있었던 모든 것을 정리하려 했다. 여행 기록으로 남긴 사진과 영상 그리고 그걸 어떻게 글로 풀어쓸 것인지 차분히 정리하려 했는데 귀국 3주를 앞두고는 혼자 있는 날이 없었다. 지난 1년간 내 곁에서 적응을 도와주고, 일을 배우도록 이끌어주셨던 분들과 (요르단에서) 마지막을 보냈다.
하지만 그건 퇴근 후와 주말의 이야기. 다른 것이 눈 돌릴 틈도 없이 회사에서 할 일은 단 하나. 일 뿐이다. 떠나기 전 인수인계서, 결과 보고서, 회의 보고서와 이전에 정리하던 보고서 요약 마무리가 남아있었다. 3주 뒤에 떠나는 사람 치고는 할 일이 꽤 많이 남았지. 인수인계서는 떠나기 10일 전쯤 작년에 써둔 사람 거 90%를 그대로 제출했는데 반려당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큰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반려당해서 10쪽이 넘는 인수인계서를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했다. 떠나기 3일 전에도 회의에 다녀와서 정리할 것이 있었고, 이전에 조사하던 것들은 자료도 안 나와서 막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즐거웠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나는 관심 있는 일에만 눈길을 주는 사람이더라. 잘하는 건 모르겠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 야근을 하더라도 고되지 않다는 것을 요르단에서 깨달았다.
끝이 찾아왔다. 7월 17일 요르단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휴양지에서 하기로 했던 일들은 집 앞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몇 시간 만에 끝마쳤다. 아 역시 나는 휴양지에서는 일 못하는 사람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휴양지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여담. 1년 만에 만난 가족은 1개월 전 만난 사람들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