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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Aug 06. 2023

디지털 노마드 체험기 (2)

나는 그 고수가 아니다

어제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한 내일이 찾아왔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태블릿(그림 그리기), 공책(글 정리)을 챙기고 여기에 필요한 보조배터리까지 챙겼더니 가방이 묵직해졌다. 햇볕 탓에 이미 정수리부터 뜨거움에 바닥으로 축- 짓눌리는 기분인데 묵직한 가방은 어깨를 짓누른다. 모든 무게를 이겨내고 마침내 카페에 도착해 할 일 좀 하려 했는데 친구한테 '저녁에 아카바 구경하고 밥 먹을까?'라는 문자가 왔다. 이런 건 쉽게 거부하지 못하는 사람이라 바로 나가서 여기저기 구경을 하고, 밥을 먹고, 기념품을 사고, 간식을 먹으니 하루가 끝나버렸다. 그날 밤에는 다른 다짐을 하며 잠에 들었다. 내일은 일이고 뭐고 그냥 즐기자.


다음 날에는 미리 예약해 둔 잠수함 체험을 하고(이건 아카바에서 일만 할 수 없어서 꼭 해야 할 것이라고 암만에서부터 세워둔 계획이다), 잠수함 체험 가이드 추천 식당에서 해물이 잔뜩 들어간 수프와 리소토를 먹었다. 한국에 비해 쫀득함이 부족한 오징어와 예상보다 적은 해산물 양, 크림수프와 크림 리소토 조합이라는 잘못된 선택으로 느끼함에 정복당한 혀를 물로 헹구며 먹었지만 진정한 휴가라는 생각에 기분은 좋았다. 모히또를 한 잔 사서 나와 해변가로 향했다. 어떤 재촉도 없는 상황에서 관광지를 다 돌아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쉰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아니, 처음이었다.


짧은 듯 길었던 3박 4일 아카바 여행 중 디지털 노마드 체험을 통해 디지털 노마드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할 일을 끝내지는 못했지만 더 중요한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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