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릿 Jan 28. 2024

1. 요르단행 짐을 싸다

끝났다 아니 안 끝났다 아니 끝났다

 요르단으로 가겠다고 결정을 한 뒤 비자 발급만 재빠르게 끝내고 나머지는 아주 느리게 끝냈다. 해외 어디를 가든 '필요한 물건 못 챙겼으면 현지 가서 사면 되지. 어차피 사람 사는 곳 다 똑같은데.'라는 마음으로 지내는 사람이라 요르단에 가면서도 큰 준비를 할 계획은 없었다. 요르단의 물가가 비싸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준비를 조금 더 열심히 했을 것이다. 아니, 다시 그때로 돌어간다 하더라도 나는 출근에 필요한 옷을 급히 사느라 세일 없이 정가 주고 샀을 거고, 공항 가는 날까지도 필요한 것을 못 사서 인천공항 가면서 아울렛에 들러 옷을 둘러봤을 것이다.

 

 옷을 챙기는 것에 제일 큰 어려움을 겪었다. 패션에 관심이 없어 대충 서너 벌만 돌려 입으면서 지내 출근복도 일상복도 부족했고 요르단의 계절에 맞춰서 옷을 챙기니 수화물 예상치를 초과했다. 지도를 슬쩍 보니 요르단은 아시아의 서쪽, 사막으로 유명한 나라 옆에 위치하니 1년 내내 무더위가 계속될 거라 생각했다. 폴햄에서 기본 검은색, 흰색 반팔만 대충 여러 개 사서 쟁였다. 하지만 OT날 중동에서 근무하는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반팔을 빼야 했다. 전기담요, 필터샤워기, 우산 그리고 겉옷을 꼭 챙기라고 했다. OT가 끝나고 여전히 필수 준비물에 의문을 품은 채 '대체 전기담요는 왜 필요한 거야?' 하며 내가 거주하게 될 도시 요르단의 수도 암만의 날씨를 검색해 보았다.


https://www.weather-atlas.com/en


 6월부터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지만 10월부터는 20도 정도로 떨어진다. 그리고 의외로 겨울이 있다. 우리나라 겨울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것과 비교하면 영상의 요르단이 낫지만 우리나라에는 있고 요르단에는 없는 그것, 온돌. 난방 없는 집이 얼마나 추운지 알기에 1.5인 해외용 전기매트를 바로 구매했다. 프랑스 생활로 우리나라처럼 수돗물 맑은 곳도 없는 걸 알기 때문에 필터샤워기도 1년 치 구매 완료. 우산은 집에 있으니 그대로 넣기만 하면 되니 필수 준비물 챙기기는 끝이 났다. 무거운 겉옷은 가서 사는 게 나을 것 같아 덜어내고 내의를 챙겼다.*


 필수 준비물을 챙겼다며 마음 놓고 지내던 나는 떠나기 2주가량 남았을 때부터 엄마 눈을 피했다.

"아이릿 너 준비물 다 챙겼어?", "약은 샀어?" "회사에서 신을 구두는 봤어? 샀어?"

엄마는 널브러진 캐리어와 여전히 홀쭉한 배낭을 보며 질문을 퍼부었다.

"거의 다 샀어. 몇 개만 더 사면 돼. 구두랑 약이랑... 진짜 다 있어. 그리고 가서 사면 돼!"

나는 활짝 열려있는 캐리어를 덮고, 배낭도 옆으로 치우며 핑계를 대다 괜히 큰 소리를 냈다.


 엄마의 날카로운 시선에 찔리다가 백화점 가서 신발 보고, 친척언니 약국 가서 약도 사면서 엄마와 아빠한테 끌려다녔다. 엄마랑 아빠 입장에서는 나한테 끌려 다닌 거겠지만. 백화점(신발 사이즈 없어서 예약해야 했음), 안경원(내가 원하는 선글라스를 바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음), 약국(다 샀다고 생각하는데 필요한 약이 계속 생겼음), 옷가게(원하는 사이즈 주문해야 했고, 급히 받아보니 불량이어서 환불도 해야 했음)를 수차례 돌아다닌 뒤에야 '여전히 부족하지만 이대로 떠나도 큰 문제는 없을' 캐리어가 완성되었다.


 서로 끌려다니기를 수차례, 수화물로 부칠 캐리어와 배낭 그리고 기내에 갖고 탈 백팩은 필요한 물건으로 가득 찼다. '끝난건가 아니 끝난건가'라는 말장난을 속으로 되뇌면서 42kg을 챙겨 요르단으로 떠났다.



*요르단 1년 보낸 후 느낀 요르단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준비물

1. 전기장판

요르단 집 내부 추워요. 공기를 훈훈하게 하기 위해 히터를 틀어야 하는데 가스로 돌아가서 가스를 채워야 합니다. 가스 채우려고 50만 원 썼는데 두 달 만에 다 써서 또 충전해야 했습니다. 전기세도 저렴하지 않아요. 현지인과 외국인의 전기세 차이가 있기도 하고, 요르단 전기세 자체가 저렴하지 않아서 난방기구 사용이 힘듭니다. 전기장판 꼭 챙기세요. 별거 안 하고 다달이 전기세 5만 원가량 냈습니다.

2. 필터 샤워기 (1년 치 이상)

요르단 임시 숙소에서 샤워 한 번 했더니 필터 주황색으로 변했어요. 1년 쓸 거라고 생각해서 6개인가 챙겨갔는데 금방 다 사용했습니다. 이건 어떤 건물에 거주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리필 필터샤워기는 다다익선.

3. 약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해외 나가면서 보험을 들어 병원도 쉽게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약은 한국에서 평소에 잘 들던 것을 챙기는 편이 좋은 듯하다. 아플 때는 요르단 약국에 가서 약을 사서 먹기도 했지만 한국에서 타오거나 사온 약을 먹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하더라. 나는 병원 처방전 필요한 비염약, 위장약 등을 미리 좀 챙겨갔다. 인공 눈물 여러개 챙겨간 거 아주 칭찬한다.


의외로 필요하지 않았던 것

1. 옷

요르단이 수입품에 세금을 많이 매겨서 옷이 비싼 편이나 요르단에서 이탈리아나 헝가리 등 유럽 국가 이동이 수월한 편이다. 여행 갈 때마다 유럽 국가에서 저렴하게 옷 사 올 수 있어서 많이 안 챙겨도 됐음.

2. 한국 음식

아시아 마켓에 웬만한 한국 식품 다 들어와 있음. 동네 작은 마트에서도 불닭볶음면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한국인 운영 한식당도 꽤 있기 때문에 한국 음식 못 먹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3. 화장품

마찬가지로 유럽 여행 갈 때 화장품 사 올 수 있었음.

4. 모기 기피제

모기가 없었다. 여름 내내 한 두 마리 본 게 전부.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작은 거 하나 정도 챙겨가면 좋을 듯.



인스타 구경하기: https://www.instagram.com/i_kiffe/

블로그 구경하기: https://blog.naver.com/kim_eyo 

작가의 이전글 0. 요르단행을 결정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