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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릿 Feb 19. 2024

요르단의 여름 과일을 소개합니다

저렴한데 맛있기까지 하다

  요르단의 여름은 버틸 만하다. 한국의 7월 습도는 평균 80~90%지만 요르단은 평균 40% 정도로 한국 습도의 반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의 여름이 고온다습이면 요르단의 여름은 고온저습이라고 할 수 있다. 7월 기온이 종종 40도에 육박하고 거리에 나무가 많지 않아 체감온도는 더 높아지지만 습도가 낮아서 견딜 만하다. 물론 에어컨과 얼음 그리고 여름에 즐길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 


  요리하는 것과 새로운 식재료 맛보는 것을 좋아하여 장 보러 가는 시간을 좋아하는 나는 400만 인구를 가진 암만의 이점을 제대로 즐겼다. 한국에서 인구 65만 명의 중소도시에 살던 내게 요르단 수도 암만은 한국에서 장 볼 때보다 더 큰 즐거움을 주었다. 식재료도 다양한 데다가 새로운 맛으로 가득한 곳.


  우리나라 과일은 비싸기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요르단에 왔더니 모든 과일이 저렴하게 느껴졌다. 현지인 친구들은 수입 과일이 비싸니 현지 과일을 먹으라 했다.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겨 수입품이 비싼 요르단이지만 여전히 한국보다는 저렴했다. 요르단에서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에서 수입한 과일을 쉽게 볼 수 있다. 7월부터 8월 말까지 먹었던 과일 몇 가지를 소개한다. 요르단의 과일을 소개한다고 했지만 요르단산 과일은 아니고 '요르단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과일이다.



  과일은 아니지만 피스타치오의 계절이다. 집주인이자 내 첫 번째 요르단 친구가 된 S는 음식을 자주 나눠주고, 문화 체험을 시켜줬다. 붉은색 무언가를 가져다주면서 "아이릿, 이거 뭔지 알아요?"라며 물었다. 피스타치오를 좋아하지만 붉은 건 처음 봐서 "아뇨? 이게 뭐예요." 하니까 웃으면서 "피스타치오예요. 신선한 거라 지금 까먹어보면 더 맛있을 거예요."라며 내주었다. 


  피스타치오가 붉은색의 껍질이 있다는 것은 이날 처음 알았다. 하나씩 벗겨 먹는데 평소 먹던 것보다 훨씬 고소한 것 같았다.



  요르단 도착하자마자 심카드를 만들러 큰 마트에 갔다. 거기서 본 특이한 과일 이건 무엇일까요. 바로 가시 배(Prickly Pear)라고 불리는 선인장 열매다. 선인장이 채소에 속하기 때문에 얘도 과일은 아니다. 껍질을 까서 팔기도 하는데 손질 과일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이것 또한 친구 S가 가져다주었는데 라텍스 장갑과 목장갑을 가져다주면서 까는 법도 보여주고 갔다.



  알려준 대로 목장갑과 라텍스 장갑을 끼고 칼로 위아래를 잘라 껍질을 까면 이렇게 알맹이가 나온다. 씨앗이 있는 열매인데 씨앗은 씹지 않고 그대로 삼키면 된다. 선인장 열매는 처음 먹어봤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잘 익은 감 맛이 나서 잘 먹었다.



  이것 또한 친구 S가 가져다준 대추야자. 한국 대추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하며 한국의 붉은 대추 사진을 보여줬더니 놀랐다. 이게 대추(dates)라고 했넌데 구글로 검색해보니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추는 주줍 과일(jujube fruit), 중동이나 요르단 여행한 사람들이 사 오는 것이 대추(dates)였다.


  잘 익은 대추는 껍질이 마르며 색이 진해진다. 그렇게 변한 것을 골라서 껍질 까서 먹으면 정~말 달다. 이거 설탕에 절여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달다. 안 익은 대추는 떫으니 주의할 것. 요르단의 무더위에 지쳐 쓰러질 것 같을 때 말린 대추 하나 꺼내서 먹으면 쓰러지진 않을 듯하다. 물론 기침이 나올 정도로 달아 물도 필요하다. 대추야자 또한 감 맛이 난다. 엄청 단 감맛. 



  요르단 암만에 있는 압달리 몰 안에 있는 대형 마트에 가면 다양한 수입 과일이 있다. 우리나라 백화점 식품관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이 외에도 코즈모 등 마트에는 수입 과일이 다양하다. 물론 가격이 착하지 않아서 구경만 했다. 요르단 현지인이 가는 곳에는 아랍어와 아랍어 숫자만 있지만 대형 마트에는 영어와 아라비아 숫자가 있다. 아랍어 배우지 않고도 1년 동안 잘 살 수 있었던 이유다.



  요르단 국산 과일인지, 수입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납작 복숭아, 자두, 푸룬, 석류 등. 석류는 1kg에 0.59JD(약 1200원). 납작 복숭아가 유럽에만 있는 품종인 줄 알았는데 요르단에도 많다. 큰 마트에는 알이 굵고 품질이 좋은 게 있는데 시장에는 작고 상처가 많은 것들이 있는 편. 엄마가 과일이나 생선 등은 알이 크고 굵은 것을 먹으라 해서 항상 조금 값을 더 지불하더라도 마트로 장을 보러 갔다. (아랍어 못해서 현지인 시장 못 간 것도 있다.)



  최근은 아니지만 나 혼자 산다에서 아나운서 김대호가 이집트로 여행 가서 망고를 엄청 맛있게 먹는 것을 보았다. 요르단에도 이집트 망고가 많다. 심지어 현지인 친구들은 이집트 망고가 맛있다고도 했다. 알이 크고 달다나. 망고를 엄청 많이 사 먹었는데 이집트산인지 요르단산인지 모르고 먹어서 모르겠다. 사진 속 망고는 kg당 6.99JD(약 14000원)인데 철 좀 지나서 찍어서 그렇다. 제철에는 훨씬 저렴하다.



  요르단 스웨피예 빌리지(Swefieh village)에 있는 한 청과물 가게. 요르단 청과물 가게나 마트에 가면 이렇게 걸린 바나나를 쉽게 볼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수입해서 오는데 필리핀에서 수입해 오는 우리나라 바나나와 다르게 과육이 조금 더 단단하고 달콤하다. 가격은 기둥에 적혀있는 것처럼 kg에 0.99JD(약 2000원). 수박은 kg당 0.39JD(약 800원). 역시 과일이 정말 저렴하다.



  친구 S가 농장에서 직접 기른 솜사탕 포도(cotton candy grapes)와 마트에서 산 구아바, 대추야자, 자두를 나눠 줬다. 구아바는 노래에서만 들었지 먹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서걱거리는 식감과 설명하지 못할 독특한 향을 가져 취향은 아니었다. 직접 키운 포도는 솜사탕이라는 이름답게 신맛이 하나도 없고 단맛만 있었다.



  항상 일주일에 한 번씩 과일을 잔뜩 사서 냉장고에 넣어뒀다. 이렇게 사고도 2만 원이 넘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수입해 온 청사과(Granny Smith)가 조금 비싼 편. 요르단도 사과를 재배하지만 알이 작이 작고, 단 맛은 있지만 아삭아삭 대신 서걱서걱거려서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수입사과 매대에 있는 다양한 품종의 사과를 하나씩 다 먹어봤지만 아삭아삭 청사과가 최고다.



  현지인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와서 산처럼 쌓여있는 과일을 보고 "아이릿, 혼자 살지 않아? 집에 왜 이렇게 과일이 많아?" 하며 놀란 적이 있다. "한국에서 자주 못 먹으니까 먹어두는 거야"며 하고서 과일을 한 알 집어 베어 물었다. 내 말을 들은 친구의 눈빛이 아직까지도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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