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에 대한 지식은 사용 언어는 아랍어, 종교는 이슬람이라는 것뿐인 채로 요르단에 도착했다. 거기에 페트라가 요르단에 있다는 것도 포함. 요르단에서의 업무를 조금 더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요르단에 대한 기본 정보뿐 아니라 문화나 정치, 사회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다. 생활하면서 생긴 궁금증은 검색엔진을 통해 지식을 얻다가 궁금한 것이 생기면 주변의 요르단 또는 아랍 국가 전문가 그리고 현지인 동료와 친구들에게 바로바로 물어봐 해결했다. 내가 요르단에서 일하며 질문했던 것들을 정리해 본다. 이슬람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과 다른 정보가 있을 수 있으나 현지인 친구들에게 의견을 구한 후 한 번 더 외교부 등에서 발간한 자료를 확인하였다.
아랍(Arab)과 중동(Middle East)
요르단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다가 원문 자료에서 아랍 연맹이라는 단어를 보았다. 중동에 있는 국가를 아랍국가라고 생각하고 작성하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내 기준 중동은 아시아의 중앙에 있는 나라로 요르단, 사우디 아라비아, 카타르 등이 있는 그 지역이었다. 아랍이라 하면 중동 국가 중 아랍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아닐까 했다. 그 차이가 모호하여 바로 인터넷에 아랍과 중동을 검색해 보았다.
우선 아랍은 민족적인 개념으로 서아시아(우리가 중동이라 부르는 지역)와 북아프리카 지역 거주하며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1945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창설된 국제연합기구 아랍연맹(Arab League)에는 아랍어를 사용하는 아랍권 국가 22개*가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다.
https://www.britannica.com/place/Maghreb
중동은 지리적 개념으로 석유 생산지로 알려진 아라비아 반도와 레반트(해가 뜨는 동쪽), 마그레브(해가 지는 서쪽) 국가 그리고 이집트, 이스라엘, 터키, 이란까지 포함한다. 레반트는 요르단을 포함하여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키프로스 국가, 마그레브는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등 베르베르 족의 나라다. 중동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외신 기사를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중동 국가에 그리스와 터키 소유의 섬 키프로스(사이프러스) 이야기까지 나온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 문제라서 같이 다뤄지는 듯하다.
추가로 이슬람 국가(Islamic State)는 이슬람의 질서에 따라 통치되는 국가를 뜻한다. 이슬람 국가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중동 국가에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도 포함된다. 극단주의 무장세력 테러조직이 세운 이슬람국가와 명칭이 같지만 이슬람국가와 테러조직 IS는 다르다.
*아랍 연맹 소속 국가: 알제리, 바레인, 코모로, 지부티,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레바논, 리비아, 모리타니, 오만, 모로코, 팔레스타인, 카타르, 사우디 아라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튀니지, 아랍 에미리트, 예멘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의 타 종교 배척
3대 종교인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의 탄생지가 있는 예루살렘. 우선 요르단은 22년 기준 인구의 97%가 이슬람교 나머지 소수가 기독교 등을 믿는 나라다. 요르단에 도착한 후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아버지 뭐 하시니?"가 아니라 "아이릿씨 종교 있으세요?"였다.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질문이지만 이 좁은 사회에서 뭐라고 답하는 게 최선일까 고민했다. 우리 가족은 전부 무교인 데다가 친척들도 거의 종교가 없고 믿는다 하더라도 매주 교회나 성당 또는 절에 가지 않는다. 결국 사실대로 답했다. "따로 믿는 종교는 없습니다."
회사에서 구해준 임시 숙소를 벗어나 새로운 보금자리로 들어간 날, 집주인 S가 물었다. "아이릿씨는 종교가 어떻게 되나요?(Which God do you believe in?)". 이번에는 종교가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믿는 종교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어떤 종교를 믿냐고 묻는 것 같았다. 다행히도 회사 분들을 따라 교회에 나간 지 일주일 가량 되어 "기독교 신자입니다.(I'm Christian)."라고 답했다. 이미 집주인 S와 좀 친해진 터라 궁금한 걸 물어보았다.
"S, 다른 이슬람 신자가 물어보면 기독교 신자보다 무교라고 하는 게 나을까요?"
"아뇨, 이슬람교 신자가 기독교를 배척하진 않아요. 오히려 종교가 없다고 하면 더 이상하죠."
"이상한 정도인가요?" 종교가 없는 것보다 타 종교 신자인 게 낫다는 말에 놀라서 되물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의 뿌리는 같으니까요. 우리는 알라를, 그들은 하느님을. 하지만 무신론자들은 좀 다르죠. 오히려 종교가 있는 것을 좋아해요."
그 뒤에 다른 무슬림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는데 모두 "무교보단 어떤 종교라도 믿는다고 하는 게 낫다."는 답을 줬다. 나는 요르단에서 신자로 살았다.
매일 들리는소리, 아잔(أَذَان, adhan)
요르단 여행을 하며 숙소를 잡을 때 주의 사항. 가능하기만 하다면 사원 바로 옆에 있는 숙소로는 가지 말 것. 요르단은 이슬람을 국교로 삼은 국가이기에 그들의 모든 생활에 이슬람 율법이 스며들어있다. 하루 다섯 번의 기도와 어디서든 들리는 아잔 소리. 아잔은 예배 시각을 알리기 위해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로 아랍어를 모르는 나한테는 랩으로 들린다. 처음에는 녹음된 것을 틀어놓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잔을 낭송하도록 선택된 사람이 아잔을 읊는다고 한다. 무슨 말을 하냐고 물어보니 "알라는 가장 위대하며~ 와서 기도하라~"이런 내용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아잔소리를 듣고 새벽에도 종종 깼다. 한참 뒤척이다 아잔 낭송이 끝난 뒤에 깨서 '내가 이 시간에 왜 깬 거지?'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아잔은 새벽, 점심, 저녁 등 하루 5번 울리는데 전국의 신자에게 외치는 말이기 때문에 어딜 가든 들린다. 말 그대로 사람이 있고, 사원이 있는 곳이라면 울린다. 이슬람 국가에서 아잔 소리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덧붙여 요르단을 비롯하여 이슬람 국가를 여행한다면 장소 불문 기도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의 행위를 이상하게 바라보고 사진을 찍거나, 그 앞을 지나다니는 행동은 자제하도록 하자. 이들의 문화다.
단식과 재계를 하는 기간, 라마단
요르단에서 1년간 지내며 말로만 듣던 라마단을 경험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 아홉 번째 달에 해당하며 '무더운 달'을 뜻한다고 한다. 선지자 모함메드(Mohammad)가 쿠란의 계시받은 달로 약 한 달간의 라마단 기간 중에는 해가 떠있는 동안 물을 비롯한 음식 섭취, 흡연, 음주, 성관계 등이 금지된다. 초승달 관측이 시작된 이후 약 한 달간 이어지는 종교적 행위이기 때문에 나라마다 라마단 시작 시기가 다르다. 라마단 시작 일주일 전쯤 정부에서 라마단 기간을 공식 발표한다.
라마단 기간 아랍 국가에 방문하면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낮에는 문을 연 식당과 카페를 찾는 것이 힘들 수 있다. 임신 중이거나 수유를 여성, 월경 중인 여성, 노약자나 환자 등을 제외한 대부분이 금식을 하기 때문에 영업이 힘들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에는 온라인 주문을 하면 언제든지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정부의 허가를 받고 낮 영업이 가능한 곳도 있으나 대부분 암막 커튼을 치고 영업한다. 금식을 하면서 일을 하기 때문에 라마단 시작 초반보다 중순쯤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적 활동을 하는 달로 대부분의 관공서 및 외국계 회사 또한 업무를 일찍 마감한다. 만약 급히 끝내야 하는 사업이 있다면 라마단 전에 끝내두는 것이 좋다. 라마단 이후 며칠간의 잔치를 벌어지므로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여행을 하는 여행객들은 굳이 라마단 기간 금식을 할 필요가 없으나 가능하면 현지인들 앞에서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요르단의 경우 개방적인 국가라 문제가 없으나 이슬람 성지인 메카(Mecca), 메디나(Madinah)가 있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같은 국가에서는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