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타투를 따라 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죽은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by 김소윤

영균이 죽은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어제는 그와 함께 한 사진을 죽 보았다. 한동안 쳐다보지 못할 것 같아서 따로 저장 장소에 옮겨두었던 그 반짝이는 사진들을 꺼내어 보았다. 남들 눈에도 특별한 연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서로 콧구멍을 찌르고 더 웃긴 표정을 짓는 걸로 내기하고 있는 평범한 커플이었다.


오랫동안 망설이기만 하고 결정하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어제 드디어 사진 몇 개를 골라 타투에 쓸 도안을 그려달라, 문의를 했다. 그는 나와 만날 시절에 허벅지에 타투를 했었다. 그 타투는 너무 귀여워서 그가 죽기 전 인터뷰에 자주 등장했다. 나는 그것을 볼 때마다 타투의 식물이 내가 선물해준 것이라는 게 기뻤었다. 벚꽃보다는 나무 가지들의 연녹색 새 잎들이 더 아름답다고 했던 그에게 선물해준 화분이었다. 타투는 항암 치료 중이었던 그에게 조금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는 그걸 꼭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를 떠올려도 괜찮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와의 사진첩을 뒤져도 어느 장소에 가도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올해는 벚꽃을 보면서도 뒤늦게서야 그가 생각이 났다. 그가 벚꽃보다 연녹색 잎이 더 좋다고 한 말이, 벚꽃이 지고 나서야 생각난 것이다. 나는 어째 그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을 때가 온 것처럼 느꼈다. 그래서 타투부터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막상 한 달 뒤엔 겁먹고 더 미루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한 발을 내디뎠다.


얼마 전 짧은 연애를 했다. 겨울에 어울리는 따뜻하고 유쾌한 연애였지만 짧게 끝이 났고 실은 짧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헤어진 직후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엉엉 울었다. 울다 보니 서럽고 속상한 마음들이 다 터져 나왔다. 엄마도 보고 싶었고, 얼른 집에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다가 영균이 보고 싶다고 또 엉엉 울었다. 정말로 나는 그때 영균이 보고 싶었다.


왜 다른 남자 친구와 헤어지면서 영균이 생각났을까. 나도 모르게 남자 친구에게 영균의 다정함, 따뜻함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전 남자 친구는 영균의 다정함을 조금 닮았다. 하지만 나에 대해 정확히 알려하지 않았고 그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이상적인 여자 친구로서의 나를 좋아했다. 연애할 때 다들 그리고 흔히 그러고들 하지만...... 지금까지 영균만큼 나의 능력과 가치에 대해 감탄하고 믿음을 줬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보다도 더 그는 내 자존감을 세워주었던 걸 떠올렸다.


남자 친구에게는 나도 마찬가지 아니었나 싶다. 나는 남자 친구 온전한 본인이 아닌 영균의 조각 같은 걸 사랑한 걸까. 나 또한 원하지 않는 조각들을 걱정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 우리 둘은 결국 허상을 좋아했던 걸까. 다들 그리고 흔히들 그렇게 실수하곤 하지만...... 하지만 나는 계속 사랑받고 싶다. 영균만큼 나를 이해하고 서로를 온전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영균은 이제 없는데. 내가 글을 쓰든 타투를 하든 그는 점점 옅어질 텐데, 그럼 나는 어쩌지.


<멜로가 체질>을 봤다. 애인을 병으로 잃는 은정이 너무 아파서 작년까지만 해도 보지 못하던 드라마였는데, 봐 버렸다. 은정이 애인을 그리워할 때마다 나도 울었다. 그렇게 찔찔 거리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았다. 그곳에 수록된 권진아의 <위로>를 들으면서 또 위로받았다.


세상과 다른 눈으로 나를 사랑하는

세상과 다른 맘으로 나를 사랑하는

그런 그대가 나는 정말 좋다


나의 어제엔 그대가 있고

나의 오늘엔 그대가 있고

나의 내일엔 그대가 있다

그댄 나의 미래다


처음에는 나의 내일에까지 그대가 있으면 나는 어떡해, 싶었지만 이 노래만 30번쯤 듣다 보니까 다른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내일도 너처럼 날 사랑해줄 사람은 있겠구나. 나를 발견하고 알아보고 감탄할 사람이 미래에도 있겠구나. 나는 조만간 37세들의 사랑 이야기를 써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