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쟁이여서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가끔, 아주 가끔 영어로는 딱 맞는 표현이 있는데, 한국말로 뭐라고 하나 고민될 때가 있다. 원어민도 아니고, 영어를 어깨너머 미드로 배운 것뿐인데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아마도 한국 사람들은 그런 상황에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소개팅으로 두 번 만나고 사귀기로 한 남자가 있었다. 잘생긴 데다 키도 크고 취향도 잘 맞아 이야기도 잘 통했다. 주말 내내 데이트를 하고 난 원래 계획되어 있던 외국 여행을 떠났다. 사귀기로 하긴 했지만 딱 이틀 만난 사이였다. 커플앱인 Between을 깔자더니 만난 지 5일 만에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30년 가까이 혼자 잘 살아온 나에게, 나를 혼자 멀리 떨어뜨려놓으니 불안하단다.
첨으로 든 생각은 I FREAKED OUT! 하루 종일 freak out에 대해 생각해봤지만 적당한 한국 표현이 없었다. 흥분이라고 하기엔 부정적인 의미가 너무 없고, 기겁하다고 하기엔 좀 심한 감이 없잖아 있다. 그냥 미치겠다, 정도가 적당하려나.
내가 말하고 싶은 freak out를 예를 들어 설명하면, Grey`s Anamoty라는 미드에서 Amy의 애인이 그녀에게 청혼하여 `I freaked out`한 그녀가 오빠인 Shepherd에게 찾아오는 장면이 있다. Freak out은 도저히 좋은 의미의 놀라움은 아니다. 결국에 Amy는 결혼을 하지 않고 애인과 헤어진다. Surprised 하지 않고 Freaked out 한 순간 이미 그녀의 마음은 결론을 내린 거겠지.
상대방 마음보다 내 마음이 더 중요한 거다. 기대하지 않았던, 예상치 못했던 상대의 마음을 억지로 고백받는 건, 충격적일 수 있다. 진심을 고백받는 것만도 이렇게 싫을 수 있는데, 스킨십이나 스토킹은 얼마나 징그럽고 무서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