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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윤 Mar 11. 2016

헤어지기 직전의 편지

2014년의 밸런타인데이

오빠에게


아픈 동안 오빠 생각을 많이 했어.

폐렴도 아니고 신종플루도 아니라는데, 아파 죽겠다니까 의사 선생님도 걱정하시더라. 

아무래도 마음의 병이 맞는 것 같아.


참, 이제 많이 괜찮아졌어.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죽을 것 같더니, 링거 한번 더 맞고 푹 잤더니 한결 덜 아파. 송이랑 저녁도 먹고, 초콜릿도 먹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Soulful 한 밸런타인을 보냈어.


아플 정도로 누군가 좋아한 적이 없어서 나도 참 당황스러워.

참, 어제 내가 울면서 오빠 이제 안 만난다고 한 거, 헤어지잔 의미로 벌써 받아들인 건 아니지? 아픈 애가... 속상해서 한 말이야... 많이 아파서.


암튼 왜 아팠는진 나도 잘 모르겠어.

시간을 갖자는 관계의 애매함에서 오는 답답함인지, 관계의 흔들림에서 오는 불안감인지. 

그래서 오빠가 돌아오면 낫는 건지, 아니면 아예 헤어져야 나을 수 있는 건지 그것도 잘 모르겠더라.


한 가지만 약속해줘. 우리가 잘 지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면 그땐 꼭 돌아와야 해. 얼마가 걸리든 돌아온다는 약속만 하면, 기다릴게. 오빠 마음이, 날 향한 오빠 사랑이 그 정도는 된다고 난 생각해.



결국 꼭 돌아오라는 약속을 하라고 하진 못했다. 커녕, 이 편지를 전달하지도 못했다. 


대신 헤어지려고 할 땐 꼭 눈을 보고 헤어지자고 말해달라는 약속을 했다. 눈을 보고 헤어짐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나를 싫어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번 사랑했는데 쉽게 나를 그렇게 떠날 순 없을 거라는 잔인한 계산을 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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