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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Jun 18. 2021

'공감 가는 글쓰기'란 삶을 관통한 자신의 언어를 찾는

어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는데 정말 감탄해 마지않았던 순간이 있었다. '아, 이래서 이 드라마가 인기 있을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 주민으로 나오셨던 분(김정난 님이랑 같이 나왔던,,)이  율제병원 소아과에 자주 오는 장면이었는데, 이 분은 과거 그곳에서 힘겹게 아기를 낳았으나 안타깝게도 미숙아로 태언난 아기는 3년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아기가 죽은 이후에도 그 엄마는 병원에 자주 찾아왔다. 어느 날은 지나가다 들렀다며 부모님 농장에서 따온 귤을 한 박스를 들고 왔고, 별일없는데도 자주 찾았다. 그런 모습을 본 한 간호사가, 아무래도 우리 병원에 소송이라도 걸려고 자료 수집 차 찾아오는 거 같다며 의심을 할 정도로 빈번하게 드나들었다. 병원에 올 때마다 그 엄마는 아기 담당의였던 장겨울 선생을 찾아서 만나고 갔다. 대형 병원 의사야 바쁜 직업이므로 장겨울 선생은 아기 엄마와 몇 마디 나눌 새도 없이 교수님의 호출을 받고 일보러 갔다. 그 엄마가 자신을 항상 찾으니 장겨울 선생은 자기에게 할 말이 있는 건가 하고 막연하게나마 짐작을 해볼 뿐이었다.

그러다 장겨울 선생이 한창 열애 중인 안정원 선생에게 그 엄마가 왜 병원을 찾아오는 건지, 왜 자신을 보고 가는지 모르겠다며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안정원 선생이 말하길 "그 어머니는 누군가에게 자기 아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야."라고 대답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병원에 3년간 있었으니 엄마 말고 아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친척도 친구도 아닌 병원 사람들이므로 같이 아기 얘기를 하고 싶은 사람이 필요한 거라고. 

그 장면을 본 순간 내 몸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올라오며 목 언저리에서 탁 하고 걸렸다. 그 엄마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 그 상황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싶은 심리가 있다. 심리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랑 말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공감 가는 글 쓰기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공감을 넘어선 더 깊숙한 감정을 찌르는 것. 그 엄마의 감정을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누군가는 나처럼 절절하게 공감할 것이다. 모든 사람의 감정을 다 건드릴 필요는 없다. 그러나 누군가의 공감을 송곳으로 건드릴 수 있는 것, 그 어떤 것을 찾기 위해 제목 한 줄을 고민하고 카피 한 단락에 머리 싸매는 것이 아닐까. 

공감 가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뻔한 상식 말고 자신만의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 한마디로 자신의 삶을 통과해 나온 언어로 써야 누군가의 공감을 자극할 수 있다. 얼마 전 카피라이팅 수업을 들을 때도 매 수업시간마다 했던 게 마인드맵 그리기였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놓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인드맵을 그리는 거였는데, 그러다 보면 처음 제시된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가 주렁주렁 달리면서 참신한 기획이나 제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물론 마인드맵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번의 워싱(수정) 작업을 거쳐야 한다.

요즘 '공감의 시대'라고 할 정도로 일상에서도 '공감'이 중요하다고 말들 한다. 글을 쓸 때도 누군가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다면 문장을 잘 쓰고 맞춤법이 맞고 틀리고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을 듯싶다. 내 마음에 찰떡으로 공감해 주는 글을 만나면 마음 잘 통하는 술 친구를 만난 듯 반갑기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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