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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Jun 17. 2021

잘 읽히지 않는 문장의 특징

사소하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글쓰기 팁^^

글을 많이 접해야 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택적 난독증'이 있다. 대부분의 글은 눈을 따라 읽는 대로 이해가 쏙쏙 되지만 어떤 문장들은 여러 번 읽어도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거다. 다른 사람이 쓴 블로그 글도 그렇고 저자가 보내온 원고도 읽다 보면 잘 읽히지 않는 글들이 있어서 그 이유를 낱낱이 파헤쳐보았다. 


하나, 글에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다.

어려운 단어가 너무 많은 글은 눈으로는 읽지만 다 읽고 나서도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처음 출판계에 입문했을 때 옆 자리에 있던 사수가 했던 말이 있다. 책을 만들 때는 중학교 2학년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거였다. 이는 독자들을 무시하는 말이 아니다.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끔 책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편집자임을 강조한 말이었는데, 이 말은 내가 책을 만드는 내내 구심점이 되어주었다. 가급적 쉬운 언어로 써야 잘 읽힌다. 그런데 간혹 어려운 단어를 넣어 자신의 지식을 과하게 표현하려는 분이 있다. 고등학교 모의고사에 들어가는 지문이 아니라면 쉬운 언어로 쓰는 것을 추천한다. 


둘,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지 않다.

잘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잘 표현하는 것이다. 굳이 중국 송나라 구양수라는 사람의 삼다, 다독 다작 다상량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글을 쓰기 전에는 어떤 글을 쓸 것인지 머릿속에 인지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저자가 쓴 원고 중에서도 도대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글들이 있다. 이런 글들은 대체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이 얘기 했다가 다른 얘기로 넘어가서 글의 앞과 뒤가 일관성이 없게 마련이다. 생각이 차고 넘쳤을 때 비로소 글을 쓴다면 이런 오류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셋, 문장의 길이가 너무 길다.

글쓰기를 다루는 대부분의 책을 보면 단문으로 쓰는 연습을 하라고 말한다. 문장이 너무 길면 접속사를 남발하게 되어 글맛을 떨어뜨리고, 너무 많은 의미를 담게 되므로 읽는 사람의 피로도를 높인다. 물론 글의 흐름상 장문의 문장도 필요하지만, 장문이 계속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으므로 적절한 밸런스가 필요하다.


넷, 맞춤법에 어긋나는 문장이 많다.

보통 책을 많이 읽는 분의 글은 오류가 별로 없다. 눈에 익어서든, 아니면 의식적으로 맞게 쓰든 읽기에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런데 예전에 저자 한 분은 책도 많이 읽고 기존에 책도 내신 분이었는데 정말 맞춤법이 일관되게 틀렸다. 그분 책을 작업할 때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리 열심히 봐도 책이 나왔을 때 오탈자가 다른 책에 비해 더 나오기 때문이다. 그분 책은 다른 책에 비해 노동력의 강도가 두세 배는 더 많이 들어갔다. 맞춤법에 어긋나는 문장이 많으면 읽는 사람을 몹시 피곤하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다섯, 글씨가 너무 작거나 모양체거나 행간이 좁다.

글씨가 너무 작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글씨 사이의 간격을 행간이라고 하는데 행간이 좁으면 읽기가 힘들다. 특히 요즘에는 회사에서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체가 알록달록하거나 모양이 잔뜩 들어간 서체를 쓴다면 문장의 내용을 한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스마트한 세상에서는 글을 쓸 일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시간이 흐를수록 글을 쓸 일은 더 많아지기만 한다. 감성 뚝뚝 떨어지는 작가처럼 화려한 수식어로 읽는 사람을 혹하게 쓸 필요까지는 없지만, 기껏 쓴 글이 다른 사람이 읽기에 어렵다면 몹시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요한 건 사소한 디테일이다. 글에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조회수는 달라진다. 잘 읽히는 글을 쓰는 방법은 너무나 많다. 반면, 안 읽히는 글을 안 쓰는 방법은 몇 가지만 알고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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