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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Jul 16. 2021

생각과 글의 경계를 건드리는 '달콤 쌉싸름한 글 냄새'

지인 중 몇몇분이 내 블로그 글을 보고는 '내가 옆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을 들으니 '그럴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좀 신기했다. 나를 통과해 나온 자식도 나를 닮은 것처럼 내 삶을 관통해서 나온 글 역시 나를 닮나 보다. 

생각해 보니 사람에게도 각자의 취향이나 냄새가 있듯이 글도 그렇다. 간혹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글을 여러 편 읽다 보면 어떤 사람인지 막연하게나마, 아니 간혹 어떤 면에서는 꽤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사람 전부까지야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사실 날마다 얼굴 보는 가족도 내면 깊숙이까지 그 전부를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떤 분의 글에서는 시크하면서도 쿨해 보이지만 굉장히 여린 내면이 엿보여서 상처를 잘 받는 분이겠구나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된다. 글에서는 라벤더 향이 난다.

또 어떤 분의 글에서는 나긋나긋 온화해 보이지만 심지 곧고 단단한 내면을 가진  분임을 발견하게 된다. 페퍼민트 향처럼 말이다. 

무모한 용기와 치기 어린 강렬함이 엿보이는 분도 있는데, 민트 향처럼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글을 쓴다. 

어떤 분은 애플민트처럼 향만큼이나 귀여운 매력을 글을 통해 마구마구 발산하는 분도 있다.

문장 하나하나마다 씩씩함이 절로 묻어나는글도 있다. 건강에도 좋고 향도 강한 세이지처럼 말이다.

자신의 내면을 완전히 감춘 채 다른 사람을 상대할 수 없는 것처럼 글 냄새라는 것도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또 글을 잘 쓰고 못 쓰는 것과도 상관없는 듯하다. 

글에서 그냥 그 사람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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