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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Dec 11. 2021

왜 옛사람들의 말은 틀린 법이 없을까?

'장고 끝에 악수난다'

'장고 끝에 악수난다'라는 말이 있다. 생각이 많은 성격의 나는 일부러 이 말을 자주 떠올린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직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는 편이다. 너무 오래 생각하다가 몰입하여 오히려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중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때는 학교에서 가정 시간에 만드는 걸 많이 했다. 부직포로 한복 저고리도 만들었고, 천으로 버선도 만들었다. 테이블보 같은 것도 만들었고, 자수판에 수를 놓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것으로는 셔츠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 당시 어린 마음에 셔츠를 몹시 잘 만들고 싶었나 보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도 셔츠를 만들 수 있는 천을 팔았는데, 내 눈에는 더 예쁘고 좋은 천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시장에 있는 큰 포목점으로 갔다. 그런데 그 포목점에 있는 천도 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천을 찾아다녔다. 

지금 생각해보니 천이 마음에 안 든 게 아니라, 많은 것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던 듯하다. 너무 많은 천을 보니까 선택의 폭이 넓어서 오히려 어떤 게 예쁜지 잘 모르겠는 거다. 결국 내가 샀던 천은 학교앞 문방구에서 팔았던 것보다 볼품없었다. 지금도 기억난다. 파란색과 여러 가지 색이 섞인 체크무늬 천이었다. 색이 선명하거나 파스텔 톤도 아니어서 언뜻 보면 우중충해 보였다. 천을 샀을 당시에는 몰랐는데, 볼수록 '내가 왜 이걸 골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반 아이가 문방구에서 샀다고 하는데 천을 보니 내 것보다 훨씬 예뻤다.  

지금도 어떤 일인가를 선택해야 할 때면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생각하기를 잠시 멈춘 다음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다른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고 결정한다. 이렇게 생각을 잠시 쉬어주면 너무 몰입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지나치게 몰입해서 생각하지 말고 적당히 할 것. 육아도 그렇고, 무언가를 시도할 때도 그렇고, 좀 적당히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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