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박둥둥의 월급루팡 도서리뷰
조해진의 <겨울을 지나가다>는 따뜻한 소설이다.
다정한 엄마를 추억하는 딸이 나오는, 요즘 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이 뻔한 이야기를 끝까지 읽게 만드는 담담한 문장이 가진 힘이 남다르다.
조해진의 이 글은 엄마 그 자체 같다. 굳이 예쁜 척, 멋진 척, 쿨한 척하지 않는 화장기 없는 글이지만, 연필로 힘주어 또박또박 쓴 듯한 느낌이 드는, 마치 작품에 나오는 심심한 칼국수 같은 문체로, 과하지 않고 담백하게 독자의 마음을 채운다.
화려하거나 극적인 전개는 없지만, 조용히 다가와 마음속에 오래 남는 이야기였다. 새롭고 신기한 세계라기 보단 아주 오래전 너무도 익숙한 내 냄새가 묻어있는, 어린 시절의 폭신한 담요에 둘러싸이는 느낌이라 표현하면 적절할까.
마지막에 실린 작가의 편지까지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또 문장연습을 하고 싶은 분들이나 필사를 좋아하시는 분들께도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