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달리기는 못했지만 해피엔딩입니다.
수요일은 평일 중 가장 중요한 러닝 운동을 하는 날인데, 오늘 새벽에는 쉬었습니다. 모기 때문에 잠을 못 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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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저녁 선선한 기온에 바람도 많이 불어 현관문과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었는데, 그때 모기들이 들어왔나 봅니다. 가족 모두가 깊은 잠에 빠진 꼭두새벽, 귓가에서 왱 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이미 저는 팔다리 여러 군데 물렸네요. 모기장 텐트는 2인용으로 크기가 작아 아내와 아이가 잠자는 자리에 설치했습니다. 촌스러운 레이스 장식이 달려있어 아내가 보기만 해도 잠자는 맛이 떨어진다는 그 모기장입니다. 저는 웃통을 벗고 그 옆에 누웠습니다. 모기가 좋아하는 땀과 이산화탄소를 마구 내뿜는 저에게 모기를 유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모기 세 마리를 잡았습니다. 더 이상 모깃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잠은 설쳤지만 해피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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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십 대 어느 시기 어느 날 잡지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납니다. 월간 <좋은 생각>이었고 독자가 올린 글이었습니다. 다 큰 고등학교 딸아이의 방에 여름마다 아빠가 속옷만 입고 들어와서 함께 잠을 자서 딸이 징그럽다며 싫어했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딸이 모기에 물릴까 봐 아빠가 대신 물리려고 그랬던 것이었습니다. 중년이 된 그 여성분은 매해 한여름만 되면 그때 그 속옷 차림으로 모깃소리와 가려움을 참아내던,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고 하였습니다. 훗날 저의 아이는 저를 어떤 아빠로 기억할까요? 부디 좋은 아빠로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좋은 아빠로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당연히 먼저 좋은 아빠가 되어야겠죠.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을 하는 아빠가 되어야겠다 다시 한번 마음을 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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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 여러 군데 모기를 물려 가려웠지만 아침 수영장에서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니 가려움도 가시고 붓기도 없어졌습니다. 새벽 달리기는 못했지만 수영은 즐거웠습니다. 아내와 아이는 모기에 물리지 않아 다행이었던 오늘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