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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오사카 마라톤 프로젝트

이미 100일 프로젝트는 시작되었습니다.

by 아이언파파

2025년 봄, 오사카를 달릴 생각입니다. 지난 8월 신청하여 9월에 당첨 안내를 받았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코로나 이전 추첨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고 치열했던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는 제 주변 신청한 분들 모두 당첨되었어요. 너무 쉬운 당첨 결과라 그런지 등록을 하지 않은 분들도 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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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풀코스 마라톤을 준비할 때 100일 정도 기간으로 운동합니다. 오사카 마라톤은 내년 2월 24일 월요일에 열리니, 100일 전은 지난 11월 16일쯤이었어요. 이미 저만의 오사카 마라톤 일정은 시작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 주말마다 10K 대회에도 참가하고 새벽 달리기를 이어가면서 운동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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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마라톤은 동호인 마라토너들에게 흔히 '먹방' 대회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의 주방'이라는 오사카의 별명처럼 다른 대회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다양한 먹거리를 나눠준다 합니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도시락을 휴대하고 달리며 포장(?)을 하기도 한다네요. 무척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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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에게 먹는 것으로 유명한 대회이지만 어쩌면 저는 최선을 다해 달려야 하는 기록 도전 대회가 될지 모릅니다. 내년 3월 우리나라 가장 큰 대회인 서울마라톤 신청을 못했거든요. 요즘 유명인들이 달리기를 즐기는 모습이 미디어로 많이 노출되고 건강과 취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며 마라톤 인기가 높습니다. 서울마라톤 신청일에 바쁜 일이 있어 신청 사이트에 3분 정도 늦게 들어갔는데 이미 마감이었어요. 나이* 러닝화 주문과 마라톤 대회 신청까지, 오전 10시마다 스마트폰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저의 처지(?)가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서울마라톤 온라인 추가 접수가 진행될 예정이고, 12월에는 후원사인 아디다* 매장에서 러닝화 대회 참가권 패키지 상품도 판매할 것이라 하지만 저는 그 또한 신청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여러모로 운동하기 힘든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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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겨울, 마라톤 준비를 하며 몇 가지 계획과 다짐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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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체중 관리입니다. 지난 9월 자전거 사고 이후 제 몸 스스로 보호 본능 때문인지 몸무게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먹는 양을 조절해서 겨우 1~2kg 줄이면 어김없이 제 몸이 저항합니다. 다행인 점은 하루 세끼 이외 간식 지출은 이제 '0원'이네요. 간헐적 단식까지는 아니지만 항상 점심은 사과 1개와 커피 1잔을 합니다. 저녁은 아내와 아이랑 함께 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제대로 먹습니다. 문제는 아침인데, 새벽 운동이 중요합니다. 새벽 운동으로 몸을 움직여야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 호르몬과 반대의 렙틴 호르몬이 균형을 이루는데, 새벽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이면 필요 이상으로 아침 식사를 많이 하게 되고, 체중이 늘어납니다. 어제와 오늘 겨울비와 눈 때문에 새벽 운동을 안 했더니 역시 아침 식욕이 폭발하였습니다. 간단한 실내 보강 운동 정도로는 식욕 통제가 안 됩니다. 참 어렵네요. 키에서 몸무게를 뺀 숫자 기준으로 12월에는 110, 1월에는 112, 2월에는 114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겨울에는 날씨 변수가 있습니다. 그냥 추운 것은 어떻게든 달릴 수 있지만 비나 눈이 오면 밖에서 운동을 이어가기 힘들어요. 이번 겨울에는 실내 트레드밀 운동을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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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보강 운동입니다. 달리기는 몸만 멀쩡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라 대부분 별생각 없이 달리고 싶은 대로 그냥 달리지만 '육상'은 스포츠 종목이고 그에 알맞은 동작과 자세가 있습니다. 부상을 방지하고 더 많은 양과 높은 강도로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달려야 하는데, 혼자 생각만으로 되지는 않습니다. 달리기에 필요한 부분 동작들을 반복해서 몸에 익혀야 달릴 때 자연스럽게 내 몸이 그것을 표현합니다. 저는 기존에 하던 코어(등, 허리, 엉덩이)와 근력 밸런스 운동에 더하여 요즘 '피치'와 '팔치기' 보강들을 하고 있습니다. 효과 좋습니다. 똑같이 달리기를 해도 이전보다 몸에 충격을 받거나 피로가 쌓이는 곳들이 줄어들었다고 느낍니다. 아무리 보강을 열심히 해도 체중을 줄이지 않는다면 효과가 없습니다. 매일 보강하더라도 제대로 마라톤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소용없겠죠. 꾸준한 보강은 결국 체중 관리, 달리기 훈련과 함께 할 때 도움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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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훈련량과 강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작년 겨울에는 유난히 비와 눈이 자주 내려 운동을 이어가기 힘들었습니다. 이번 겨울에도 날씨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 실내 운동을 자주 그리고 많이 하며 운동량을 유지하려고 생각합니다. 헬스장은 기구 운동을 하는 분들을 위한 곳이기 때문에 실내 온도, 환기, 트레드밀 설정 상태가 마라토너에게 맞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작년 겨울 가끔 동네 헬스장에서 달리기 훈련을 시도해 봤지만 '40분'으로 제한된 이용 시간과 무더운 실내 온도, 주변 어르신들의 구경(?) 때문에 제대로 하기 무척 힘들었어요. 러닝 센터 훈련이 가장 좋은데, 이번 겨울에는 서울 잠실 오픈케어 러닝 센터가 새 단장하며 새벽 4시부터 이용 가능할 것이라고 합니다. 저희 집에서 거리가 꽤 있어 그동안 이용하기 어려웠는데 새벽 4시부터 운동할 수 있다면 저에게는 안성맞춤입니다. 러닝 전문 센터이기 때문에 온도나 환기, 상의 탈의까지 여러모로 좋습니다. 비용과 거리, 시간을 따져서 이번 겨울에는 이용해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겨울 동안 러닝 센터에서 운동하게 된다면 춥지 않기 때문에 운동량과 강도를 모두 높일 수 있습니다. 42.195km 거리에 대한 적응뿐만 아니라 달리기 속도도 놓치지 않으면서 성과를 내길 마음속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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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을 위한 계획과 다짐이라고 했지만 쓰고 보니 3종 경기에 대한 준비에도 모두 적용되네요. 굳센 결심과 각오 같은 것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하루 생활에 운동이 녹아들며 이전보다 몸을 움직이고 단련하는 시간은 늘고 자신감도 더 커집니다. 늙어가는 몸의 나이를 거스르며 이번 겨울, 그리고 내년에도 제 한계와 기록에 도전합니다. 시작은 오사카 마라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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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기다립니다.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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