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km를 수영한다는 것

세 번째 장거리 실내 수영대회

by 아이언파파

3월 12일. 안산 장거리수영대회가 열리는 일요일이다. 작년 12월 서울철인 3종협회 장거리수영대회(3.8km), 지난 1월 천안 울트라수영대회(10km)에 이어 세 번째 참석하는 실내 수영대회이다. 수영 대회 참석 경험이 쌓이며 마라톤이나 철인 3종과는 다른 여기만의 매력을 차츰 알아가고 있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도, 즐거운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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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이 중점을 두고 있는 주력운동은 3종 중 마라톤이다. 다가오는 3월 19일 서울마라톤(동아마라톤)을 불과 일주일 앞둔 시점이라, 장거리수영대회 참석이 다소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나 스스로 자기 객관화를 통해 수영에서의 내 실력과 위치를 깨닫고 파악할 수 있는 메타인지, 한마디로 내 분수를 알기 위해 참가를 결정하였다. 또한 결정적으로 요즘 매주 1회 수영을 배울 때마다 실력이 향상되는 재미가 가득하여 대회에서도 테스트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수영이 한창 재미있어 최근에는 하루 50분이라도 좋다며 주 4~5일 자유수영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토요일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일주일 동안 연습하며 몸통 롤링의 감각, 몸을 띄우는 감각 등 매주 하나씩 몸으로 느껴 기술을 습득하고 100미터 500미터 1000미터 기록이 조금씩 단축될 때마다 큰 기쁨이 가득하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도 그리고 나 혼자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욱 많아지는 시기임에도 계속 수영실력이 향상되는 재미가 있다. 배우고 익히고 성장하는 것, 운동 취미를 즐기는 아빠철인으로서 이것이야말로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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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마라톤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고, 전날 토요일 10000m 트랙 달리기로 마라톤 목표 페이스를 최종 점검한 후 그다음 날인 일요일 이어지는 훈련 프로그램으로 90분 조깅이 필수이다. 반면 일요일 수영 대회 시작은 9시이고, 늦어도 출발 1시간 전까지는 대회장에 도착하여 선수등록, 물품 수령, 준비 등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시간이 부족하였지만 비가 내린다는 날씨 예보 덕분에 함께 마라톤 운동을 하는 동료분들이 새벽 4시 정각 잠실보조경기장에서 90분 조깅을 한다 하였다. 나로서는 90분 조깅 훈련도 소화하고 수영대회 참석도 늦지 않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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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새벽 5시 10000m 트랙 달리기(37분 4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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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새벽 4시 90분 트랙 조깅(2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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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장거리수영대회가 열리는 장소는 올림픽기념관수영장이다. 운전하며 대회장으로 이동하는데, 대회장이 안산 단원고등학교 근처임을 처음 알았다. 2014년을 살아온 우리라면 잊지 못할 학교이다. 여기가 그 학교였구나. 그때를 생각하니 다시 가슴이 먹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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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장에 도착하여 선수등록 및 물품 수령을 완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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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조깅 후 출발하여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웜업은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수영 대회 당일 새벽에 마라톤 훈련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웜업 수영을 하지 않는 것도 사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수영대회에서 순위권이나 기록에 도전하기에는 나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다만, 경기 당일 60분 이상 장거리 장시간 달리기를 한 직후라서 수영을 하는 도중 하체 근육 경련이 발생될까 이 부분은 조금 우려되었다. 이번 대회는 부력수영복 착용 금지이기 때문에 하체를 잘 띄우지 못하는 나로서는 틈날 때마다 발차기를 통해 몸을 띄워줘야 한다. 혹시라도 킥이 잘못 들어가며 종아리나 발가락(발바닥), 햄스트링 등 경련이 일어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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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 레인당 10~12명이 레이스하고 번호 순서대로 5초 간격 출발이기 때문에, 이전의 대회들처럼 출발 후 먼저 가는 선수분을 쫓아가며 페이스를 조절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공지된 내용을 보니 우리 레인 5번 레인에서 내가 1번 선수? 이런 적이 처음이라 출발 때부터 어떻게 가야 하나 막막했다. 2번 선수인 팻보이 님이 평소 알고 지냈던 분인데 다행히 나서서 말씀해 주셨다. “여러분, 1번이랑 2번은 출발 때부터 우측으로 붙어갈 테니 먼저들 추월해 가시면 됩니다.” 교통정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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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 4 레인이 탑티어 레인이고 내가 속한 5 레인이 1 티어 레인이었다. 1번 주자 출발과 동시에 옆레인 1번 분이 엄청난 속도로 가시는 걸 보았다. 나중에 기록결과지를 보니 전체 1위를 하신 분이고 첫 번째 100미터 랩타임은 1분 15초. 난 아직 100미터만 전력 수영하는 것조차 1분 10초대 나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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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대로 첫 번째 랩에서부터 많은 분들이 나를 추월해 지나가셨다. 우리 레인은 레인 특성상 여자선수 입상권 분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분들께서 나를 추월할 때마다 그리고 내가 앞선 분들을 뒤쫓아 갈 때마다 이 또한 신기했는데, 나보다 키도 작고 발도 작고 그리고 아마도 견갑근과 삼두근 등 상체 근육도 약하실 것으로 판단되는 분들이 재빠르게 물을 차고 물을 쑥쑥 잡아당겨 밀며 쭉쭉 나가는 수영을 하는데,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역시 수영이라는 종목 또한 내가 탐구하고 학습하고 더 배우고 익혀야 할 내용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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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전 예상 기록 62분으로 제출하였지만, 마음속으로는 65분 정도를 목표하고 있었다. 가장 최근 1월 천안 10km 울트라수영대회 때 3.8km 지점 63분이었는데, 그때는 부력수영복을 착용할 수 있었다. 천안 대회 때와 비교하여 내 수영실력은 조금 늘었지만 부력수영복을 착용할 수 없기 때문에 65분은 나름의 현실적인 목표였다. 올해 3종 대회 시즌에서 목표는 웻슈트 착용 기준 1.5km 24분 이내, 1.9km 30분 이내, 3.8km 60분 이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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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안산대회에서는 3.8km 1시간 5분 21초를 기록하였다. 100미터당 페이스는 1분 43초이고, 나의 경우 부력수영복이나 웻슈트를 착용하면 100미터당 3~4초 정도 절약되기 때문에 이번 시즌 목표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아직은 간당간당하고 좀 더 실력을 쌓아야 한다. 1월 천안대회에서는 난생처음 경험하는 거리를 수영하며 온몸이 탈진된 상태로 힘이 빠졌을 때 하이엘보 캐치를 통해 물을 잡고 당겨 밀어내는 감각을 처음 깨달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이번 안산대회에서는 다른 분들이 킥을 하며 몸을 띄우는 걸 보고, 그리고 전날 강습에서 배웠던 글라이딩(몸이 미끄러져 앞으로 나아가는 활주) 등 새로운 감각을 대회 중 적용하며 이번 또한 새로운 걸 습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훈련 중 배우고 느꼈던 내용들은 메모해두지 않으면 그냥 휘발되어 버리기 때문에 꼭 폰 메모장과 다이어리에 써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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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폰 메모장 앱에 기록을 하는데, 저녁쯤 다시 한번 내용을 축약하여 다이어리에 옮겨 적는다. 이건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그냥 정신병이다. 여전히 종이에 적는 걸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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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대회에서는 충돌과 부상의 우려 때문에 GARMIN 등 스마트워치 착용은 금지된다. 위 운동기록은 대회 종료 후 페이스 계산을 위해 별도 수기로 activity 등록을 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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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수영대회를 마쳤다. 레이스에서 배우고 느꼈던 부분들을 오늘 당장 근처 수영장에서 자유수영 연습하며 완전히 내 것으로 익히고 싶고, 평소 같았으면 당연히 그렇게 연습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마라톤을 앞둔 직전이고 현재 비염(?) 같은 감기 기운이 있는 내 코를 자극하거나 그로 인해 호흡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이번 일주일은 수영 휴식하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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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종 경기의 종목 구조와 절대적인 비중상으로는 사이클 훈련 시간이 가장 많아야 한다. 하지만 입상순위권을 목표로 한다면 수영과 달리기에 중점을 두고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특히 하와이 코나 월드챔피언쉽 참가권이 걸려있는 킹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달리기 42.2km) 종목에서는 더욱 그렇다. 마지막 순위가 결정 나는 것은 달리기 실력이고, 수영에서 되도록 최상위권으로 물에서 나와야 동일한 그룹 내 경쟁자들과 나 자신의 순위와 위치를 파악하면서 파워를 절약하여 사이클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으로 3.8km 수영 60분 이내, 42.2km 마라톤 2시간 40분대의 실력을 갖춘다면 전 세계 모든 철인들이 꿈꾸는 하와이 코나 무대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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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마라톤 마치고 본격적인 3종 시즌이 시작될 때 다시 한번 성장하고 도약할 나의 올해 수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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