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쌓여도 지금의 몸과 마음을 유지하는 것
42.195km 봄 마라톤은 끝났다. 대회 직후에는 모두의 의지가 불타오른다. 이제 막 마친 봄 축제를 복기하며 부족했던 부분, 개선시켜야 할 것들을 확인한다. 가을 마라톤에서는 그 어떤 실수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건 없다. 다음 대회에서는 또 다른 숙제가 생겨나고 결국 완벽은 없다. 반복되는 시행착오에서 조금씩 성장한다. 번번이 목표달성에는 실패하는데, 돌이켜보면 처음 시작할 때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수준으로 이미 올라와있다. 자신의 목표가 더 커져 채우기 힘들 뿐이다. 좋아하고 즐긴다는 건 결국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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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대회 때마다 내 개인 최고 기록에 도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런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마흔을 넘긴 나이지만 아직은 젊다. 음, 젊은것 같다. 내 생각이 그렇다. 다행히 부모님이 물려주신 건강상태도 크게 나쁘진 않다. 코치님에게 기술과 경험을 배우고 연습하여 실력이 향상되는 정도가 신체의 노쇠화 속도보다 아직 크기 때문에 계속 더 높은 곳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언젠가는 아무리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경험이 쌓여도 노화에 따른 기량 하락을 노력으로 극복 못 하는 시기가 올 텐데. 그럼 어떻게 스스로 동기부여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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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활동 중이신 마라토너 분을 통해 알게 된 단어가 있다. 풀코스 SUB3, 249(2시간 50분 이내) 239(2시간 40분 이내), 229(2시간 30분 이내) 등으로 단순 구분한 우리와 달리 SUB-AGE 서브에이지라는 기록 달성 기준이 있다는 것이다. 시간을 제외한 분 단위 기록이 자신의 나이보다 많지 않도록 기량을 유지하는 것. 예를 들면, 35세는 (2시간) 34분대, 40세는 (2시간) 39분대 기록을 내는 것이다. 물론 시간 단위는 2시간대를 의미한다. 이 기준대로라면 60세까지는 2시간 59분대, 즉 SUB3 기록으로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서브에이지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와 이거 아주 좋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내 나이부터 생각을 해봐야겠다. 올해 6월부터는 나이 셈법이 모두 만 나이로 통일된다. 그럼 다가오는 가을 기준으로는 2시간 39분대를 뛰어야 하는데, 음 이건 아직 순서가 아닐 것 같다. 우선 2시간 41분 정도를 목표로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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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운동에 자신만만해하지 말고, 목표를 세운 다음 도전하고 실행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정진한다. 달성하든 실패하든, 실제 결과가 나오면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봄 마라톤은 끝이 났지만, 나의 이 취미는 계속되기 때문에 자신의 수준은 끊임없이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 목표했던 대회가 방금 끝났다고 해서 운동취미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또 다른 대회들 그리고 메타인지의 과정들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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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의 기량과 분수를 파악하기 위해 인천에서 열린 제법 큰 대회에 참석하였다. 주최 측에서 안내했듯 코스는 기준거리보다 300~400미터 길고, 지하차도와 고가차도를 지나가기 때문에 경사는 심하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10km 종목이었고 38분 39초를 기록하였다. 정말 포기하고 걷고 싶은 순간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우연히 어린 육상부 학생이 비슷한 속도로 달려 겨우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릴 수 있었다. 역시 풀코스보다 10km가 훨씬 어렵고 고통스럽다. 육상선수들이 10,000m 종목 힘들어서 마라톤으로 전향한다는 말은 괜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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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 분수는 알았으니, 그 분수를 봄 여름동안 올려야겠다. 더 올라간 내 분수에 맞게 가을을 달리기 위해. 서브에이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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