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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도 운동에도 자의식 해체가 필요하다

뒤늦게 <역행자>를 읽고

by 아이언파파

2023.03.30


이미 작년 일찍이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지만 뒤늦게 올해 2월 말이 되어서야 읽어보았다. 작가가 어떤 분인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지만, 책은 처음부터 내 마음을 파고드는 말과 글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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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돈을 원함에도 ‘돈은 좋은 거야’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 본인의 가치관과 인생이 부정당하기 때문에 ‘나는 돈에 관심 없어’, ‘돈은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아’라고 합리화하는, 대다수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항상 부족한 수입과 봉급에 불만이지만 ‘사회가 잘못되었어’ 남 탓을 하고, 돈에 대한 지식이 눈앞에 있더라도 ‘이건 천박한 사람들이나 보는 거야’ 회피만 반복하는 자의식 과잉의 사람들. 마치 나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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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뿐만 아니라 나의 책 읽기가 그랬다. 서점 판매대 맨 앞줄을 차지하고 있는 자기 계발서나 재테크 관련 책들을 볼 때마다 나는 전부 뻔한 말이나 가득하다며 그런 책들을 폄하하고는 하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뻔하고 누구나 다 알 법한 내용의 책이라고 무시했지만, 정작 나는 그 책들에 나온 내용을 제대로 실천해 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실천은커녕 시도조차 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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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이후 작년까지 거의 매년 50권 내외의 책을 읽어왔지만 온갖 겉멋과 폼이 잔뜩 들어간 독서였다. 자청 작가는 정체성의 전환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인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나 자신을 탐색해 볼수록 나의 작은 도량과 그릇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 나의 목표 중 하나는 다문 다독 다상량이다. 어느 분야든 그곳에서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먼저 최소 20권의 책을 읽어보라 하였다. 사람들이 왜 그토록 조금이라도 잘 살기 위해 자기 계발서와 재테크 서적에 열광하는지 나도 한번 공부해 보자. 사실 이런 책들은 빨리 읽히기 때문에 여러 권 읽는 행위 자체는 힘든 일이 아니다. 단 한 권도 읽기를 거부했던 내 마음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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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나에게 운동 취미 또한 이와 마찬가지였을지도 모른다. 마라톤 달리기, 그리고 수영과 사이클 등 거의 매일 운동을 하고 코치에게 레슨을 받으면서도 정작 다른 이들 앞에서는 부상 없이 무사히 완주만 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승부에 집착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애써 회피하였다. 운동선수도 아니니 기록과 순위에 대한 도전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고 즐기기 위해 대회 참가한다며 자신을 합리화하곤 하였다. 이제는 솔직해지고 인정하자. 무언가를 매일 반복하며 실행한다는 건 마음 한 구석에 그것을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이다. 애써 남 보기 좋은 모양으로 포장하지 않아도 된다. 솔직히 나는 더 잘하고 싶고, 만약 목표한 만큼 잘하지 못한다면 분명 분할 것 같다. 이런 솔직함이 철인아빠로서 나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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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달리기가 아닌, 전문적인 레슨을 통해 마라톤을 배우다 보면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마라톤 달리기 실력을 향상하는 것, 즉 더 빨라질 수 있는 기회는 1년 중 이때뿐이다. 11월 풀코스와 3월 풀코스 축제를 위해 가을과 겨울에는 더 많은 거리를 달리며 연습하지만, 사실 폴코스 마라톤을 위한 달리기 연습은 빨라질 수 있는 과정이 아니다. 봄과 여름동안 힘껏 올린 10000m, 5000m 기록과 스피드를 통해 장거리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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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는 봄과 여름을 마라톤 방학처럼 생각하곤 하였다. 빨라질 수 있는 유일한 시기임을 알고 있지만 애써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자 했다. 거리를 늘리는 건 쉽지만 5000m, 10000m 기록을 단축하는 건 지독하게 힘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거창하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실패하게 되면 남들 보기 부끄러울까 봐 그랬을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솔직해지자. 이번 봄과 여름에는 더 민첩해지고 빨라지도록 해보자. 지금 실력으로는 터무니없는 꿈이지만 사실 나는 3종 대회뿐만 아니라 마라톤대회에서도 포디움에 올라가는 나 자신을 상상한다. 우리 아이는 아빠가 운동 대회에 나가는 걸 좋아하고 아빠가 더 잘하기를 바란다. 언젠가 아이와 함께 시상 무대에 올라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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