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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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운동장 주차료가 2023년 2월 1일부터 2배로 올랐다. 음, 그래도 매일 새벽 잠실보조경기장 트랙에 가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러니까, 뭐 이게 이제는 매일 반복되는 나만의 의식 리츄얼 같은 것이라고 할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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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금요일 새벽 4시 30분, 항상 이 시간에 그렇듯 KBS 쿨 FM 윤정수 남창희 미스터 라디오 재방송을 들으며 보조경기장 도착. 주차장에도 트랙에도 아무도 없다. 나이 먹은 아재가 하기에는 부끄러운 말이지만 좀 무섭다. 예전보다는 낫다. 코로나 이전 보조경기장은 가로등 불빛도 모두 꺼져있어 정말 새벽에 혼자 뛰기에는 하, 진짜 무서웠다. 지금은 주차장 통로 트랙 조명과 스탠드 상단 인라인스케이트장 가로등 불빛이 모두 켜져 있어 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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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 수행해야 할 프로그램이 있어 그나마 무서움을 떨쳐내고 운동에 집중하기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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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면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혼자 남겨져도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모른 채 혼자 있게 된다면 의미 없는 시간만 보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우리 주변 사람들은 의외로 항상 혼자만의 해방과 자유를 꿈꾸지만 막상 단독자가 되는 것에는 서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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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작은 즐거움을 찾아내고 즐기다 보면 ‘혼자’라는 것이 부정적인 의미로 여겨지지 않는다. 오히려 온전히 자기만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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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프로그램은 300m 60초 질주, 그리고 100m 천천히 뛰며 36초 불완전 회복, 총 12회 반복. 400m 트랙 1 레인에 딱 맞는 연습 플랜이다. 4회씩 1세트인데, 2세트 끝난 시점 그러니까 8번 뛰고 텅 빈 트랙에서 숨을 몰아쉬며 ‘와, 그래도 무섭긴 무섭다.’ 생각할 때쯤 평소 우리가 ‘아동학대팀’이라고 부르던 학생들이 나타났다. 오호, 이제 개학하고 나서는 더 이상 안 올 것 같았는데, 오늘도 왔구나. 추운 겨울방학 기간 동안 학생 10여 명과 코치로 보이는 남자와 그리고 학부모들이 거의 매일 새벽 6시에 보조경기장에 나타났다. 딱히 정해진 훈련 프로그램도 없는 것 같고, 그냥 8 레인 뺑뺑이 달리기. 에헤이. 부모님들 구색을 보아하니 다들 부유해 보이시던데, 돈 조금만 모아 한 팀 만들어 석촌역에 있는 러닝센터에 애들 실어다 놓으면 어떤 신들린 코치님이 달리기 자세 멀쩡히 고쳐주고 재미있게 놀아주고, 그리고 덤으로 운동의 진짜 참 재미도 알려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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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레인 3분을 넘기면 안 된다며 코치에게 다그침 당하는 애들 옆에서 마지막 300m 질주 세트 완료. 혼자 있는 시간의 힘도 좋지만, 결국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 역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