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은 아이의 마음과 같다. 섬세하다

by 아이언파파

“내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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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숙제를 도와주었다. 아이의 이름은 <법 제> 그리고 <도울 우>이다. <도울 우>는 아빠인 나의 이름과 같은 글자를 사용한다. 자기 자신과 타인, 그리고 더 나아가 사회와 세상을 돕는 법과 제도와 같은 존재가 되길 소망하는 뜻이라고 아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나름대로 좋은 뜻과 취지라 생각하고 말했는데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다. 혹시 뜻이 너무 어려워 이해를 못 하는 것일까, 아니면 지나치게 대의명분이 강해 부담스러운 것일까. 조심스레 아이의 마음을 살펴본다. 아이는 이내 웃으며 ‘좋아’라고 대답한다. 아닌데, 분명 표정이 안 좋은데. 벌써부터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 속 깊은 대답을 해 주는 것일까. 알 수 없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라고 하기에는 아이의 말과 행동은 섬세하고 아이의 마음은 깊다. 생각보다 아이의 생각은 알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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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어느 영문학 교수에게 개인 과외를 맡기며 내가 유치원 졸업할 때쯤 영어를 처음 시작하도록 해주었다. 지금처럼 영어유치원도 없었고, 지방에는 유치부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 학원도 드물었기 때문에 그 교수님의 자택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대구의 가든하이츠라는 아파트였다. 상가 동에는 고급스러운 베이커리 빵집이 있었고, 수업을 마치고 그 빵집에서 빵을 사 먹는 것은 당시 나의 큰 행복 중 하나였다. 여느 때처럼 교수님 댁에서 나와 빵집으로 후다닥 달려가는데, 먼저 들어가시던 노신사분께서 뒤에서 달려오는 나를 발견하고는 열린 문을 잡아주며 따뜻하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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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천천히 들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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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처음으로 존댓말을 사용해 주신 어른이었다. 그분의 진심은 어떠했는지 알 길이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장난으로 높임말을 쓴 것이 아니었다. 마주하는 타인 한 명 한 명에게 존중 가득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몸에 밴 듯 자연스러웠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동네 꼬마가 아닌, 나를 한 명의 인격체로 대해주신 어른. 10초 안 되는 짧은 순간이지만 어리고 섬세했던 일곱 살의 나에게는 작지 않은 충격이었나 보다.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다른 유년 시절 기억들에 비해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지인의 자녀 분들이나 동네 어린이들에게 나는 아직 존댓말을 사용한다. 작고 사소한, 어른의 말과 행동도 아이들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어른도 마찬가지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내 말과 행동을 더욱 삼가고 조심한다. 섬세하고 여린 아이들에게 적어도 나쁜 것은 주지 않기 위해 무척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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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몸은 아이들의 마음과 같다. 섬세하다. 예전에 아무 생각 없이 취미로 운동을 즐길 때에는 미처 몰랐다. 운동을 알면 알수록, 배우면 배울수록, 그리고 내 몸과 그 기능을 탐구하면 할수록 우리의 몸은 섬세하고, 그래서 더욱 조심스레 다루면서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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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에서 사이클 라이딩을 즐기는 계절이 왔다. 다가오는 3종 대회를 준비할 겸 그리고 두 배로 오른 잠실보조경기장의 주차비를 아낄 겸, 사이클을 타고 왕복 이동하여 보조경기장 트랙 달리기 연습을 한다. 예전에는 사이클 페달을 돌려 적당히 단단하고 묵직해진 엉덩이 둔근과 허벅지 근육이 흡족했는데, 지금은 사이클 라이딩이야말로 그 어떤 요소보다 마라톤 목표기록 달성에 방해가 되는 부담으로 느껴진다. 이번 봄 10km 단축마라톤 목표 기록이 예전보다 더욱 버거운 수준이라 이전과 다르게 나 자신이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사이클과 달리기가 왜 상극의 종목인지 코치님의 말씀이 이제는 절실히 몸과 마음에 와닿는다. 사이클은 크랭크에 내 몸의 무게를 실어 꾹꾹 누르는 운동이고, 달리기는 내 발이 지면에 접촉되어 있는 시간이 최소화되도록 내 몸을 띄워서 전진하는 운동이다. 동작의 궤적과 움직임의 기능, 느낌이 전혀 다르다. 이것저것 운동한다며 자부하고 뿌듯해하는 사람들도 실제 3종 경기 대회에 나가 사이클에서 내려 달리기를 시작하면, 땅에 딱 달라붙어 발이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느낌 때문에 애를 먹곤 한다. 우리의 몸은 아이의 마음과도 같다. 섬세하다. 더욱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탐구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상처받지 않는다. 가까워질 수 있다. 친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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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아빠, 아이언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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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운동기록

2023.04.11 화요일 새벽 5시 잠실보조경기장

200m 40초 + 200m 52초 => 8회 반복

이어서 10분 조깅(4‘20“/km) 5분 휴식

200m 40초 + 200m 52초 => 7회 반복

이어서 10분 조깅(4‘2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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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2 수요일 새벽 5시 잠실보조경기장

2000m 6분 40초(3’20”/km)

1200m (3’20”/km)

800m (3’10”/km) x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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