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2026년에도 듣고 싶은 말 “당신은 철인!”

by 아이언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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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가을 우리나라 철인들은 딱 한 번 ’진짜‘ 철인이 되는 기회를 갖는다. 아이언맨 구례. 대한철인3종협회를 비롯 여러 곳에서 1년 내내 각종 ’철인 3종‘ 대회를 개최하는데 이게 무슨 말일까?

3종 대회라 해서 모두 철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수영 3.8km 자전거 180.2km 달리기 42.2km를 마치고 결승점 장내 아나운서로부터 “당신은 철인입니다!(You are an IRONMAN!)”라는 칭호를 얻을 때, 비로소 진짜 철인이 될 수 있다.

3.8km 180.2km 42.2km. 거리를 나타내는 숫자에 압도될 수도 있지만, 전업 운동선수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통 사람도 꾸준한 운동 습관과 준비를 통해 완주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1년 내내 모든 일상을 포기하고 운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렵지만 쉽다면 쉽다. 숙련된 기술 장인이나 작가가 하는 것과 비슷하다. 평소 일감을 조금씩 미리 해두고, 글감을 모아 놓는다. 본격 계획이 잡히면 목표 달성에 매진한다. ‘큰마음’ 먹고 덤비는 것이 아니라 ‘틈틈이‘ 한 것들로 작품과 글을 완성하는 것처럼 아이언맨 대회 준비도 그렇게 이루어진다.

결과는 의지만으로 얻을 수 없다. 딱 오늘만 쉬고 싶어도 수영장으로 간다. 거실 소파 대신 꾹 참고 안장에 오른다. 추운 겨울 새벽에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달린다. 철인이 된다는 것은 결심만 한다고 얻을 수 있는 산물이 아니라 실천의 결과, 반복을 통한 내 몸의 느린 변화로써 얻을 수 있는 결실이다. 원한다면 움직여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 5시부터 달린다. 동네 수영장 시간에 맞춰 30~50분 수영 연습을 한다. 출근. 일 마치고 집에 와 1시간 정도 실내 자전거 페달을 돌린다. 밤 9시 30분 이전 잠자리에 든다. 주말에도 아이가 일어나기 전, 가족과 함께 하는 아침 식사 전 운동을 마친다. 대회를 1~2개월 앞두고 주말 훈련 내용이 더 긴 거리와 시간으로 변하지만 역시 이른 오전에 ‘나만의 시간’은 끝난다. 더 일찍 일어나기 때문이다.

철인이 아닌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런 삶이 가능하냐며 납득하지 못하지만 정작 철인들은 자연스러워 뭐가 어렵냐고 한다.

생활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일상의 우선순위를 조정한다. 일과 마치고 귀가한 시간, 운동 후 가족과 대화하고 책 읽기에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에 저녁 약속을 만들지 않는다. 이전에는 꼭 필요하다고 굳게 믿었지만 정작 안 해도 내 삶에 크게 지장 없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불필요한 약속과 인맥이 정리된다.

”운동선수도 아닌데, 그런 걸 왜 하는데?“

예전에는 이런 질문에 나도 이것저것 이유를 생각했다. 건강, 성취감, 자랑 과시 등. 이제는 설명하기 위해 고민하지 않는다. 굳이 그런 사람을 상대를 안 한다. 타인의 즐거움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은 나에게 중요하지도 않고 재미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활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사람을 분별하는 통찰(?)까지, 철인이 되는 과정에서 덤으로 얻었다.

가을 지리산 자락 아래 구만제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남도를 관통하는 산업도로와 섬진강 길 따라 자전거 페달을 돌린다. 구례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서시천 둑길 달리기 그리고 바꿈터에서 소비했던 시간들을 포함하여 10시간 24분으로 결승점을 통과하였다.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아이언맨 대회는 항상 그렇듯 완주한 모두가 승리자였다. 철인이 되었다.

니체는 “행동하는 자만 배울 수 있다"라며 “모두가 가야 할 유일한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말하였다. 이 말은 대회든 인생이든 나만의 걸음으로 가고, 나만의 속도를 찾도록 힘을 실어 주었다. 10시간이 넘는 ‘철인’의 길에서 이처럼 스스로 다독이고 구례군민들과 동료 선수들이 응원해 준 덕분에 휘청일지언정 결코 멈추지 않을 수 있었다.

내 삶은 철인이 되어가는 그 ’과정‘에 빚졌다. 첫 직장을 뛰쳐나와 내 길을 가겠다며 방황하고 불안했던 시간을 운동에 매달리고 집중하며 통과할 수 있었다. 대단한 것을 이룬 것도 아니고 가진 것도 없지만 철인이 되는 과정에서 경험한 몰입 덕분에 나는 나로 사는 데 더 이상 부족함이 없었다. 단순히 여가로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인내하고 포기 욕구를 물리치며 철인이 되어가는 것은 내 삶에 품위를 더해주는 일이었다.

누군가 말하였다. “ 하고 싶은 일에서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서 핑계가 보인다.” 새해가 되면 우리는 계속 도전하고 남들은 생각도 하지 않는 이 여정을 ‘하고 싶은 일‘로 만들어보라는, 마음의 속삭임을 듣는다. 1월, 새로운 아이언맨 구례 신청이 시작된다. 대회는 가을이다. 섣부른 각오로 도전의 출사표를 던지기에는 솔직히 만만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군가에게는 분명 올해 꼭 ‘하고 싶은 일’이다. 모두가 철인이 되고 싶지만 누구나 철인이 되지는 못한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겨울. 움직이자. 출발은 지금이다.


https://www.triathlon.or.kr/

https://www.ironman.com/races/im-gur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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