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보스톤 마라톤 참가 확정, 그리고 영화 <1947 보스톤>
이번 추석에는 함께 운동하는 우리 팀에 큰 선물이 있었다. 개인일정 등으로 어려운 몇몇 분을 제외하고 내년 보스톤 마라톤에 참가 신청한 우리 팀 전원이 참가를 확정 지었다. 다른 6대 메이저 마라톤 대회와 달리 보스톤은 각 연령 별 최소자격요건을 위한 기록이 필요하고,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기록순으로 참가가 확정되기 때문에 마냥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우리 팀원 대부분 연령별 기준 기록보다 15~20분 이상 여유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이 없었는데, 한 명의 팀원이 내년 보스톤 마라톤 기준으로 연령 카테고리가 변경되는 덕분에 단 몇 초 차이 극적으로 참가를 확정하였다. 계획대로 내년 4월 모두가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면 우리 팀의 큰 경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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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당일 전원 참가 확정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이번 연휴 기간에 맞춰 <1947, 보스톤> 영화가 개봉하였다. 처가에 머물렀던 추석 당일 금요일 저녁, 잠깐의 시간을 내어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 이렇게까지 내가 의지를 보이며 실행에 옮기다니, 이번 보스톤 마라톤은 역시나 나 자신에게 각별한가 보다. 아직 <오펜하이머>도 못 봤는데……
영화에 대한 감상평을 언급하자면 적어도 나는 객관적일 수가 없다. 마라톤을 즐기는 러너이고, 불과 하루 전 내년 보스톤 마라톤 참가 확정 메일을 받아 한껏 들뜬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영화의 스토리나 구성, 내용 전개, 앵글 등 여러모로 2000년대 작품 같은 너무 익숙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나는 너무나도 재미있고 즐겁게 영화를 보았다.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하고 내용에 깊게 몰입했는지 영화를 보는 종종 울컥하고 눈물 흘리며 나의 시간을 즐겼다. 극장에서 혼자 울고 불며 영화 보는 청승맞은 아저씨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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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영화는 미국 보스톤이 아닌 호주의 어느 지역에서 로케이션 촬영이 이루어졌지만, 마치 내년 대회 코스를 미리 답사하는 기분이었다. 다른 분들의 후기에서나 봤던 주요 구간들을 영화를 통해 보고 들으니 묘하게 반가웠다. 영화 속 다른 내용들은 픽션이 꽤 들어갔지만 마라톤 레이스의 구성은 실제와 매우 비슷하다고 한다. 서윤복 선수는 실제 관객이 목줄을 놓친 개 때문에 넘어져 레이스 흐름이 깨지기도 하였고, 웰슬리 여대생들의 열광적인 응원 구간에서 다른 선수들이 오버페이스 할 때 서윤복 선수는 해당 내용을 미리 듣고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하여 많은 선수들을 추월했다고 한다. 그리고 하트브레이크 언덕. 하루빨리 내년 4월 15일이 다가와 그곳을 달려 오르고 싶다. 서윤복, 남승룡 선수를 비롯해 수많은 마라토너들에게 좌절과 희열을 안겨줬던 악명 높은 언덕이라고 한다. 참고로 현재 세계 최고이자 역대 최고의 마라토너인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도 올해 4월 보스톤 마라톤 우승에 도전했지만 실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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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즐기다 보면 큰 대회에 참가하여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성장하는 경우가 있다. 선수가 아닌 동호인도 그렇다. 내년 보스톤 마라톤은 우리에게 전통 깊은 메이저 대회에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며 마라토너로서 마음의 도량을 넓힐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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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보스톤 마라톤 참가 확정의 기쁨을 즐기며
때마침 극장에서의 <1947, 보스톤> 영화를 봤던 감동의 마음을 간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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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다음날 그리고 그다음 날인 일요일에도 달렸다. 일요일에는 40,000m LSD(Long Slow Distance, 긴 거리를 천천히 달리며 거리에 적응하기)를 하였다. 혼자서 거의 3시간을 뛰어야 하는 지루하고 힘든 운동이었지만 어쩌면 보스톤 대회와 영화 덕분에 좋은 마음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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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순간 즐겁고 소중한 명절 연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