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포핀스>
아들은 집에서 밥을 먹을 때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먹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치원이나 친구네 등 밖에서는 그러지 않는다는 것. 집에서 아빠, 엄마와 함께 밥 먹는 것이 편하니까 그럴 것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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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미숫가루를 먹는데 빨대로 바람을 불어넣어 거품이 일어나 주변에 튀었다. ‘먹을 때에도 이렇게 노는 것이 재미있나 보구나, 먹을 때는 장난치는 것보다는 집중하도록 하자’고 나는 말했다. 다음으로 미숫가루를 빨아 당겨 빨대에 머금더니 후 불어대며 주변에 뿌리는 장난을 하였다. 여기저기 미숫가루가 튀고 식탁 위에 올려둔 책에도 묻었다. ‘먹을 때 그러는 건 옳지 않다, 그러지 마라’ 얘기하였다. 이번에는 빨대에 미숫가루를 묻혀 고개를 흔들며 주변에 뿌려댔다. 나는 “이건 안 먹는 게 좋겠다. 먹지 마라 ‘ 말했다. 아이가 조용해지고 표정이 흔들리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남들과 똑같은 말을 하더라도 여보는 억양이나 어조, 단어 선택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강하게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이니 항상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언젠가 아내는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바로 아이에게 사과하였다. “아빠가 잘못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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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한심하다는 듯(?) 속뜻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나를 봤다
‘으이그, 그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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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도 트랙에 나가 운동을 하였다. 항상 그런 것처럼 오늘 수요일에도 고강도 포인트 운동을 하는 날이다. 어제의 일로 마음이 무겁고, 또한 회복되지 않은 감기로 몸도 무거웠는지 운동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트랙 400m 1레인 12.5바퀴 5,000m에서 늦어도 17분 30초대는 나왔어야 하는데, 18분 1초를 기록하였다. 몇 분 휴식 후 이어서 실행한 1,000m 또한 프로그램 상 3분 20초로 달려야 했지만, 겨우겨우 달려 3분 21초를 기록했다. 몸과 마음이 모두 피곤하고 힘든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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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아이언맨 구례 철인 킹코스 대회 이후 제대로 회복 시간을 갖지 못했다. 주말마다 대회와 장거리 훈련이 이어졌고 추석 명절 연휴에도 충분히 쉬질 못했다. 고갈되는 체력으로 장염과 감기몸살이 이어졌는데, 아마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으니 내 마음과 성격도 예민하고 날카로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에게 더욱 미안하였다. 기분이 태도가 되는 모습을 보이는, 부끄러운 아빠의 모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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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를 마치고 오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이에게 한번 더 사과하였다. 오래전 우연히 보고 즐거웠던 영화 <메리 포핀스> 이야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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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인 메리 포핀스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모든 일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있단다.”
재미를 많이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풍요로운 삶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제우는 그 누구보다 풍요로운 삶을 살아간다 할 수 있다. 작은 것에서도 항상 재미를 찾기 때문이다. 어제는 아빠가 미안하다. 아무리 제우의 행동이 잘못되었어도 다르게 훈육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빠 생각이 짧았다.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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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웃었다. 자기도 잘못했었다며 환하게 답하였다. 아내도 안도의 눈빛으로(?) 나를 봤다
‘으이그, 그나마 다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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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달렸듯 오늘도 달렸다
내일도 달릴 것이다
아마 조금은 아주 조금은 몸과 마음이 가벼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