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거리가 많다는 거지, 변태는 아니다
"꽃철님, 논의가 필요합니다."
"꽃철님, 정책 협의가 필요합니다."
"꽃철님, 요구사항에 변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꽃철님, 타 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꽃철님, 개발에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꽃철님, 제가 개인적인 사정이,,"
"꽃철님, "
"꽃철님, "
.
.
.
PO로 살아간다는 건 수많은 회의가 요구되며 수많은 의사결정의 주체가 된다는 의미이다.
내가 기획한 제품을 위하여 모인 개발팀 멤버들을 모시고 개발 과정을 리딩하기에 결정해야 하는 수많은 안건과 회의들. 모든 변수들이 나를 짓누른다.
그런데 나는, 왜일까 이 무거운 책임감을 즐긴다. 고독한 고민을 즐긴다.
사실 굉장히 귀찮을 때가 있다. '아, 이런 건들은 좀 알아서 결정해서 진행하면 안 되나?' 싶은 건들도 많다. 그 기준을 명확히 하기도 참 어렵다. 어디까지가 나의 결정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은지.
회사를 경영하는 CEO가 그럴 것이다. 어디까지 권한을 이양해야 하는지 늘 고민하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오너이다. (권한 없이 책임만 많은 오너 - 아마도 매번 이렇게 사족을 달 것 같다 - ) 그러니 어디까지 결정권을 이양해야 하는지 고민이 설 수밖에 없다.
자동차 생산 공장을 생각해 봤다. 만약 어떤 자동차를 얼마나 많이, 언제까지 생산할지 공장에서 스스로 결정한다면?.. 끔찍하다.. 회사의 전략과 영업의 계획과는 아무 상관없이 마구 찍어낸다면.. 어우 끔찍하다.
결국 만들어내는 쪽은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명확한 가이드를 받아야 말썽이 안 생기겠지.
나의 업무 방침을 정해놨다. "헷갈리면 무조건 물어보세요. 결정해 드립니다."
그래서 늘 고독하다. 고민은 고독하다.
최초의 플랜은 하나다. 그러나 변수를 생각해 플랜 B는 만들어두어야 한다.
"나를 따르라, 어라? 여기가 아닌가 보다. 어쩌지? 한번 생각해 보자."는 리더로서 설득력이 없다.
"나를 따르라, 어라? 여기가 아니다. 내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이쪽을 준비해 놨다." 정도는 되어야지.
오늘은 주말이다. 내일 출근하면 제일 먼저 듣는 말을 나는 미리 알 수가 있다.
"꽃철님, 결정해 주세요."
고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