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프로덕트 오너가 되었을까
나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기업에서 7년을 일했다.
신입사원의 패기로, 젊음의 패기로 열정을 다했다. 어느 순간부터 가끔 찾아오던 생각의 주기가 점점 빨라졌다.
'아니, 시스템 자체가 비효율적인데 그 안에서 어떤 효율성을 자꾸 찾으라는 거지?'
성격 상 가만두고 볼 수 없었나 보다. 업무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여기저기 외쳐보았지만 회사의 구조는 나 하나만의 외침으로는 바꿀 수 없다. 무엇보다 과장, 부장, 임원으로 올라갈수록 더욱더 보수적이었다. 신입 시절의 패기는 자리보전의 욕구 앞에 무뎌지기 마련이다. 나의 외침은 그들 앞에서 파도처럼 부서졌다.
겁이 났다. 나 역시 결국 지금의 패기는 사라지고 말겠지. 저 선배들의 모습이 미래의 나의 모습이다.
'안돼, 저렇게 될 수는 없어.'
스스로 근본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꽃철아, 직장인으로 살고 싶은 거 맞아?'
'넌 경영학도야. 생각해 보면 넌 사업을 하는 게 맞아.'
'초, 중, 고 그리고 수능 점수에 맞추어 대학교, 그리고 모두 그러하듯 뽑아주는 곳에 취업.. 스스로 개척한 적이 없네? 환경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
자괴감이 들었다. 그리고 퇴사했다.
퇴사 후 2년 간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ego trip이라는 거창한 단어가 있더라.
발리, 하와이, 두바이 등 여행을 다니면서 사람들에게서 미처 내가 알지 못했던 '사람 사는 방식'을 느꼈다.
2년 차에는 그동안 생각했던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시켜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폐가구와 나무의 재활용에 관련된 IT 사업 아이템이었는데 잘 이해하고 싶어 목공을 배우면서 나무라는 원재료의 시장 흐름에 대해서도 파악해 봤다.
사업 기획안을 제출하고 3차까지 통과되었지만 최종에서 탈락하였다. "당장 시도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닌 것 같습니다."라는 탈락 사유는 어찌 보면 당연하였다.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으면서 나는 코드 하나 짤 줄 모르는 문과생이었고 개발은 프리랜서나 외주에 맡긴다는 안일한 생각을 기획서에 담았으니까.
소프트웨어 개발에 어떠한 공수가 필요하고 어떠한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무슨 IT사업을 경영하는가. 너무도 안일하고 건방졌다.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 어떠한 일들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어졌다.
생소한 단어였다. 프로덕트 오너라니?
시장을 분석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한 후 개발팀을 리딩하여 그 산출물인 제품을 론칭하고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을 관리합니다. 제품의 탄생부터 소명을 다할 때까지 해당 제품의 오너십은 당신에게 있습니다.
이건 완전 사업이나 다름이 없는데?
그리고 우주 산업이라니. 내 열정을 담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운이 좋았는지 그렇게 나는 이곳에서 프로덕트 오너로 근무하게 되었다.
우주 산업이 아직은 일반 대중에게 생소한 산업이라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재미있다. 머릿속에 넘쳐나는 아이디어들을 마구 꺼내어 하나의 완성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당분간 사업의 꿈은 마음속 깊은 곳에 넣어 두어야겠다. 지금의 상황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