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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로와 Aug 31. 2020

집에 대해서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보았다



1. 

주말, 아내와 아이가 집을 나섰다 

그토록 원하던 적막이 흘렀다 

가만히 노트북을 켜고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5분 정도 있다가 노트북 문을 닫았다 

그리곤 곧 적막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티비를 켰다 


아이의 조잘거림에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아도

이미 집은 우리가 함께 있어야 편안한 곳이 되어 있었다



2.

얼마전에 엘레베이터를 타서 

한 이웃분을 만났다 


그분은 9층에 사셨는데 

아이가 22층을 누르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좋은 곳에 사는구나" 


우리는 같은 아파트, 

같은 가격, 같은 통로, 같은 평수에 사는데 

왜 우리집이 더 좋은 곳일까 



3.

집이라는 포근함 대신 

요즘 집은 '숫자' 로 불리곤 한다 


내가 사는 집의 행복과 만족감이 아닌

내가 사는 집의 숫자가 내 행복으로 비춰지곤 한다 


내가 지금 사는 집이 얼마인지,

그 집이 얼마나 오른 집인지 

전세인지 자가인지가 더 중요하다


이 집이 나에게 주는 만족감이나 

집의 화목함을 궁금해 하는 이는 별로 없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궁금하겠지 

자가인지, 전세인지, 얼마인지, 어디인지.



4. 

사실 둘만 살았다면 부러 집을 옴겼을까 싶다


이사전 우리는 

전에 살던 집에 들어갈 때 대출 받았던 돈을 

야금야금 다 갚았고, 빚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사를 결심한 가장 큰이유는 

아이 때문이었다


오래된 빌라의 좋지 않은 내부 환경과 

모든 곳이 차도라 놀 수없는 외부 환경에서 벗어나 

조금 더 쾌적하게 생활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사를 결정했고 빚을 졌다 

가처분소득은 50만원 이상 줄었고 

생활은 퍽퍽해졌다


그럼에도 만족한다

나와 아내의 만족 보다도 

아이가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집에 초대하고 있을 만큼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5. 

이사하기 전까지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만들 수 있는 돈,

생활비에서 낼 수 있는 이자, 

그리고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기간, 

나 역시도 집은 숫자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사를 하고 나서 느끼는 것은 조금 다르다


집은 우리를 담는 공간이고,

그 공간은 꼭 여기가 아니여도 된다 


서울이 아니여도 되고, 

꼭 집값이 오르는 지역이 아니여도 된다 


우리의 생활이 유지되고

삶이 잘 가꿔질 수 있는 곳이면 된다


조금 삶을 담고 싶은 집을 찾는 것이 

이 집에 이사와서 꾸는 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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