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응의 보고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무초 구스또 보고타?
눈을 감았다 뜬다. 콜라 한 잔을 단숨에 목구멍으로 넘긴다. 다시 눈을 감았다 뜬다. 반쯤 감긴 눈으로 재빨리 식사를 마친다. 다시 눈을 감는다. 선잠이나 들었을까, 옆자리 남자의 수다가 귓가에 콕콕 박히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남자가 통로를 사이에 둔 대각선의 승객과 열렬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적어도 3시간 이전부터 말을 텄을 것이다. 말과 말 사이의 짧은 틈, 어색한 웃음과 함께 이어폰을 찾아다 귀에 꽂는 친절하지만은 않았을 거절 의사를 눈치챈 그가, 재빠르게 다음 대화 상대를 물색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잠이 들었다.
“운, 도스, 뜨레스. 오 이거 정말 이탈리아어랑 비슷해요.”
“맞아요, 이탈리아에서 오셨다고 하셨죠? 그럼 에스빠뇰이 조금 쉬울 거예요. 비슷하거든요.”
옆자리 남자와 그의 새로운 대화 상대는 죽이 잘 맞았다. 두 남자의 에스빠뇰 익히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쯤, 잠은 달아난 지 오래였다. 이어폰의 볼륨을 슬그머니 줄이고 가만히 둘의 대화에 집중했다. 우노, 도스, 뜨레스, 루네스, 마르테스… 이런, 숱하게 외웠던 말들이 도무지 기억나지를 않았다. 미간 가득 주름이 차올랐다.
몇 번이나 되뇌었을까. 그래, 이 두근거림의 정체는 불안과 두려움이었다. 자기소개는커녕 인사는 제대로 할 수 있을는지. 언어와 소통의 불능에서 비롯될 앞으로의 그 곤혹과 당황과 두려움이 예상치 못하게, 그리고 너무도 빠르게 몰려 왔다. 그렇게 보고타의 하늘 위로 진입했음을 실감했다. 머릿속은 뒤죽박죽, 미간의 주름은 더욱 깊어만 갔다.
쿵, 착륙했다.
기내의 소란스러움은 배가 된다. 그래, 이 소란스러움의 정체는 고향에 도착한 이들의 설렘과 환호다.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여기저기에서 휘파람을 불어 댄다. 서둘러 자리를 뜰 준비를 하는 사람들 속 우는 것도, 웃는 것도 아닌 이상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던 우리가 있었다. 그렇게 어찌할 바를 모른 채로 우리는 그토록 고대하던 콜롬비아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