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룬의 메시지
“인생은 40대부터.”
살면서 누구나 들어본 적 있는 말이겠죠. 그런데 저는 이 말이 무섭고, 무겁습니다. 이제 막 30대 초반인데 말이죠.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애초부터 30대 들어서자마자 짜잔, 완성된 어른이 되어있으리라고 기대한 적은 없습니다. 20살 때 우연히 어느 여성 두 분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된 이후부터요.
어느 늦은 밤 지하철 좌석에 앉아서 가는데 여성 두 분이 제 앞에 선 채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코앞에서 이루어지는 대화 속에서, 직장 동료 사이인 둘 중에 더 어린 분이 25, 26살가량, 더 나이가 있는 분이 31살인 것까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생’ 쪽은 더 ‘언니’인 직장 동료에게 장래 고민을 터놓고 있었고요.
“이 길이 맞는지 확신이 안 서고 다른 게 눈에 들어와요. 다른 것을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나이가 마음에 걸리고, 시간 버리는 게 아닐지 걱정되네요.”
‘언니 회사원’은 ‘동생 회사원’에게 조심스러운 말투로, 그렇지만 꽤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선택은 ○○씨가 하는 거지만, 나는 무조건 추천해요!”
언니 회사원은 큰 결심을 2번이나 해본 사람이었습니다. 20대 중후반 때 일을 그만두고, 원하는 공부를 하러 다시 학교에 다녔고, 다시 회사 입사. 20대 후반에 퇴사하고 유학을 다녀온 뒤 지금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처음 다니던 회사와 전혀 다른 업계에서요.
“나는 예전에 똑같은 고민 했는데, 그때 ○○씨보다도 나이가 많았죠. 근데 지금 돌이켜보면 왜 고민했나 몰라. 너~무 어린 나이였는데! 정말 어린 나이예요. 하고 싶은 일 안 하면 계속 생각나고 후회하게 되더라고요.”
당시 20살이었던 저는 대화를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렇게 어엿한 어른으로, 멋진 사회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진로 고민을 한다는 놀라움을 시작으로 인생에서 20대 중후반의 입지는 ‘앞길 창창한 나이’라는 깨달음까지. 이 두 분의 대화 덕분에 저는 용기가 생겼고, 대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고개를 들던 압박감과 나이 걱정은 어찌어찌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언니 회사원의 말을 주문처럼 떠올리면서요.
문제는 30대에 들어선 지금입니다. 그간 간직해온 주문의 효력이 끝난 것 같아요.
“나는… 지금은 진짜 늦었지……. 그러니까 어릴 때 이것저것 해봐요!”
언니 회사원의 마지막 말 또한 제 머릿속에 함께 남았거든요. 마치 용기의 주문에도 나이 제한이 있는 듯이요.
제 주변을 봐도 30대에 접어들면서 무언가의 ‘결과물’을 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도전적인 행동력을 지녔던 언니 회사원조차 31살은 어리지 않다고, 내면의 고민이나 흔들림을 바깥으로 끄집어내 행동으로 이어가면 안 된다고 자신을 다잡은 걸까요?
인생은 40대부터란 말, 자주 듣습니다. 저를 응원해주는 이가 항상 이 말로 응원해주기 때문입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저에게 이 말은 미지의 공포처럼 다가옵니다. 40대부터의 인생을 위해 세팅이 다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처럼 들려요. 20대 동안 하고 싶은 일을 우선시하며 살아왔으나, 그 결과 대개의 또래 사람과 사뭇 다른 상황에서 30대를 맞이했습니다. 주변을 보면, 제각기 다른 길을 걸어왔더라도 30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앞으로의 모습이라던가, 현재까지의 결과물 같은 것들이 조금은 보이는데 말이죠. 지하철 2호선에서 본 언니 회사원의 생각처럼 30대부터는 어린 나이가 아니고, 40대가 되기 전에 어지간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것만 같은 조급함이 듭니다. 이를 위해 30대 초반에는 인생의 노선 정리가 끝내야 한다는 계산이 함께 떠오르고요. 그 언니 회사원도 이런 계산이었을까요?
30대는 어떻게 맞이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인생에서 30대는 어떤 입지를 지니고 있을까요? 뭐든 도전해보라고 모두가 입 모아 말하는 20대. 이때처럼 마냥 진취적으로 꿈을 좇으며 살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현실적으로만 생각하고 안주하기에는 젊은 나이. 그렇지만 40대가 되기 전에 무언가는 해내야 할 것만 같은 나이. 참 애매하게만 느껴집니다. 다른 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30대를 보내고 있으세요? 혹은 어떤 마음으로 40대를 준비하고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