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룬 Oct 29. 2022

커피 커피 커피

허스키의 메시지

저녁 10시 30분. 뭘 쓸까 글감을 고민하며 에스프레소 머신 버튼을 누릅니다. 원두 갈리는 소리. 커피가 추출되는 소리. 에스프레소는 너무 강하니 거기에 물 버튼을 눌러 아메리카노를 만듭니다. 머그잔을 양손으로 조심스레 거머쥐고 온기를 느끼며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코끝으로 스며드는 원두 향을 맡고 있으면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지고 활력이 돕니다. 쌉싸름한 커피 한 모금은 몽롱했던 눈과 머리를 맑게 합니다. 이제 글을 쓸 준비가 된 것이지요. 오늘은 커피와 저에 관해 써 보려 합니다.


커피는 제가 일할 때 또는 일이 아니더라도 집중해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 가장 많이 찾는 기호식품입니다. 기호식품은 심리적인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이라던데 솔직히 이제는 만족의 수준이 아니라 의존에 가깝기에 저에게는 필수 식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합니다. 그렇다면 하루에 커피를 몇 잔 마시는 게 적당할까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나른해지는 오후 네 시에 한 잔, 저녁 먹고 한 잔. 이렇게 하루에 네 잔은 고정적으로 마시고, 이 외에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나 잠이 올 때 수시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십니다. 여섯 잔에서 심할 때는 여덟 잔 정도 되는 것 같네요. 적지 않은 양이기에 줄여보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그때마다 수포가 되었고 오히려 마시는 양이 더 늘었어요. 커피에도 요요가 존재하는가 봅니다.


‘커피’ 하면 빠질 수 없는 사람이 있지요. 바로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오노레 드 발자크입니다. 발자크는 하루에 50잔 정도의 커피를 마시며 엄청난 양의 작품을 쓴 것으로 유명합니다. 안타깝게도 쉰하나라는 나이에 과로로 사망했는데 그 원인으로 카페인 중독이 꼽히고 있습니다. 글쓰기를 전쟁에 비유했던 발자크에게 커피는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거장을 티끌만큼이라도 닮고 싶은 제 마음이 통했던 걸까요? 카페인을 일 시작 사인으로 여긴 것만큼은 비슷하네요. (웃음)


과로사하는 사람의 열 가지 습관 중 하나는 커피를 하루 네 잔 이상 마시는 것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겁이 나기는 하나 사실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에요. 건강에 이상을 느낀 적도 없고요. 다만, ‘꿀잠’을 자본 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주변에는 원래 잠이 없는 편이라고 말하고 다니기는 하는데 당연히 카페인의 영향일 테지요.


오늘 밤도 분명히 모두가 잠든 새벽에 혼자 말똥말똥한 눈으로 ‘아, 아까 좀 참을걸’이라며 마셨던 커피를 원망하겠지만, 예상하시다시피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호로록 호로록 아메리카노를 들이키고 있습니다. 저에게 커피란 정말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존재인 것 같습니다.

이전 04화 먹고살기, 먹고 살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