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콜라의 답장
커피란 정말 많은 사람을 사로잡은 매력적인 기호품인가 봅니다. 하루에 네 잔 넘게 드신다니 정말 커피가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네요. 저도 커피를 좋아해서 매일 아침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정해진 의식처럼 꼭 한 잔을 내려 마시곤 합니다. 한 잔 더 마시고 싶은 날이면 두 번째 잔은 디카페인 원두로 내려 마셔요. 본의 아니게 연약한 위를 가진 터라 나름대로 고심한 결과이지요. 가끔은 디카페인 커피로 대신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제가 건강 생각해서 커피를 줄였다면, 반대로 매일매일 꼭 하려고 노력하는 일이 있어요. 바로 밖으로 나가 걷는 일입니다. 집을 나서 아파트 옆길을 살며시 빠져나와요. 길게 가로수가 놓인 길을 부지런히 걸어서 모퉁이를 돌면 아이들 소리로 시끌벅적한 학교가 나옵니다.
가장 좋아하는 길은 노란 신호등과 울타리, 알록달록 나무들이 섞여 있는 초등학교 앞길이에요. 옹기종기 모여 놀거나 경쾌하게 걷는 아이들을 보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하지만 이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운동화라고 생각해요. 불편한 신발을 신으면 어떤 아름다운 길을 걷든 하나도 즐겁지 않으니까요.
운동화는 제게 가장 친구 같은 신발입니다. 외출할 때 열에 아홉은 반드시 운동화를 신지요. 막 20대가 되면 다들 예쁜 구두에 굽이 아찔하게 높은 하이힐을 신기 바쁘다는데, 저는 아무리 신어보아도 하이힐을 좋아할 수 없었어요.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어떤 신발이든 아프고 불편하기만 했거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저는 평발에 가까운 발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냥 신발을 신어도 불편할 텐데 굽 높은 신발은 오죽했을까요. 그때부터 과감히 굽을 포기하고 편한 신발을 찾아 신기 시작했어요.
회사에 출근할 때는 그날그날 복장이나 업무 스케줄에 맞춰서 약간 불편한 구두를 신어야 하는 날이 종종 있지요. 그런 날은 야근한 것처럼 괜스레 더 피곤해지고요. 하지만 집이 곧 작업실이 된 지금은 자연히 운동화와 더 친해졌습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가끔 정해진 길이나 가기 싫은 길도 가야 하지만, 프리랜서는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스스로 걸어 나가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랄까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서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내가 스스로 걷고 행복해지기 위해 원하는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서는 셈이지요.
좋아하는 운동화 스타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유행하는 디자인이나 모양이 예쁜 운동화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디자인도 중요하긴 하지만 무엇보다 신발의 무게와 신었을 때 드는 느낌이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선호합니다. 그런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서면 열심히 움직일 준비가 된 듯해서 마음이 편안해져요. 그런 점에서 제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에는 아직 신어보지 못한 운동화가 무궁무진하게 많고, 가보지 않은 길도 이미 가본 길보다 훨씬 더 많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천천히 경험해 보는 수밖에 없겠지요? 남이 좋다는 운동화나 유명한 운동화가 반드시 내게도 좋은 신발이라는 보장은 없듯이 어떤 길이든 직접 걸어보아야 알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