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역사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6세기에 브랜드는 누가 가축의 주인인지를 가축 피부에 표시한 마크를 의미했다. 그러다 19세기가 되어 브랜드는 제품의 진품 여부를 나타내는 마크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사람들은 와인 통, 금, 목재 같은 상품에 브랜드를 찍어 이것이 자사에서 만든 진품이라는 정보를 표시했다. 예를 들어 런던의 금 세공업자 길드 조직들은 모든 제품에 각자 자기 길드의 브랜드를 찍어 유통시켰다. 오늘날 브랜드의 의미는 더욱 확장되어, 소비자들이 회사나 기업의 정체성과 사명 그리고 그들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 연상되는 이미지와 인상을 의미한다.
현대 경제는 소비경제라고 불릴 만큼 전체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UN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퍼센트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한국, 중국 등을 포함한 G20 국가의 경우, 평균적으로 GDP에서 소비가 60퍼센트를 차지한다. 현대 소비경제 속에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보고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3만 개나 되는 신상품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 기업들은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상품의 60-90퍼센트는 실패하여 사라진다고 한다. 한편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 수백 개의 케이블 TV채널 같은 다양한 광고 플랫폼 등장과 기업들의 광고 전쟁으로,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자신의 제품을 각
인시키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브랜드는 회사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무기가 되었다.
브랜드는 다른 기업의 제품과 다른 차별성을 강조시켜 소비자가 다른 제품보다 더 구매하고 싶도록 만들어낸다. 브랜드는 기업의 제품을비슷한 것들 중 하나가 아닌, 개성 있는 유일한 것으로 만들어낸다. 또한 브랜드는 제품과 서비스에 독창적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왜 특정한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그 제품을 통해 채울 수 있는 기대심을 창조해낸다. 브랜드는 기업의 여러 제품 라인 속에 일관되어 있는 기업의 가치와 정체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기업을 더 잘 인지하고 신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파워 브랜드를 구축한 기업은 프리미엄 가격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 가격이 타 경쟁사에 비해 높다 할지라도 소비자들에게 더 고급 상품으로 인정된다. 소비자들은 충성심을 가지고 그 브랜드를 구입하길 희망한다. 이러한 현상을 ‘시바스 리갈 효과’라고 부른다. 시그램컴퍼니는 시바스 리갈 등 스카치 위스키(Scotch Wisky)를 생산하는 업체로, 1990년대 초 경영난을 겪었다. 이에 시그램컴퍼니 경영진은 어려움을 극복할 전략으로 고급 프리미엄전략을 채택했다. 제품 그 자체는 바뀐 것이 없지만 가격을 다른 경쟁 업체들보다 더 높게 책정했고 고급 제품 이미지를 강조했다. 그 결과 시바스 리갈은 엄청난 판매 증가를 경험했 고 여러 주류 제품 중 하나의 브랜드가 아닌 단독적인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게 되었다.
파워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한 기업은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새로운 소비자를 얻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파워 브랜드를 구축한 기업은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새로운 제품에 대해 소비자를 바로 이해시키고 설득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침을 든든하게 책임지는’, ‘아침마다 호랑이 기운이 샘솟게 만드는’ 시리얼 파워 브랜드를 구축한 켈로그는 2003년 시리얼 제품에서 더 확장하여 아침 영양바(Breakfast bar)까지 손을 펼쳤다. 아침 영양바가 출시된 지 단 두 달 만에 켈로그는 400만 개의 영양바를 팔았다. 이처럼 신제품이 이미 구축된 브랜드와 연결이 될 때, 기업은 소비자들이 빨리 신제품을 이해하고 신제품에 친숙해지도록 만들 수 있다. 마케팅 전문가 스티브 맥키는 말한다.
기업의 자산 중에서, 잘 관리된다면 시간이 지나도 위축되거나 무너지지 않는 유일한 자산은 바로 브랜드다.
특허도 만기가 있다. 소프트웨어와 제품은 곧 구닥다리가 된다. 공장은 낡아버려 이전되어야 하고, 때로 사람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잘 관리되는 브랜드는 가치가 더욱 커진다. 코카콜라 회사의 한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재앙이 닥쳐 한순간에 코카콜라 제품 관련 모든 자산을 잃는다 할지라도 회사는 살아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모든 소비자가 코카콜라와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면 회사는 바로 망할 것입니다.”
세계적 브랜드 컨설턴트 회사인 인터브랜드의 보고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브랜드 중 하나인 코카콜라는 그 이름의 가치만 75조 원이라고 한다.
코카콜라 vs. 펩시
1980년대 코카콜라 회사의 경쟁 업체인 펩시코는 ‘펩시 챌린지 (Pepsi Challenge)’라는 홍보 캠페인에서 그 유명한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 펩시코는 두 개의 동일한 컵에 코카콜라와 펩시를 각각 넣은 뒤 사람들에게 어느 컵의 콜라가 더 맛있는지를 택하게 하는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사람들은 코카콜라와 펩시의 맛을 구분할 수 없다는 것과 펩시의 맛을 좀 더 좋아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럼에도 펩시는 한 번도 코카콜라를 이겨보지 못했다. 뇌과학자 론 프랭크는 이 사건을 ‘펩시의 역설’이라고 부르고 코카콜라의 승리란 맛의 승리가 아니라 브랜드의 승리라고 주장한다.
베일러대학교 의과대학의 리드 몬터규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fMRI) 기기를 이용해 실험자들의 뇌 활동을 모니터링하면서 펩시 챌린지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설탕이 더 많이 들어 있는 펩시를 마실 때 뇌의 복측피각(ventral putamen)이 더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측피각은 동기와 보상에 대해 중추적 역할을 하는 부분으로 이곳이 활성화된다는 것은 ‘좋아한다’, ‘즐기고 있다’는 신호다. 즉, 펩시를 마실 때 실험자들은 더 만족도를 나타냈다. 다음 실험에서 그는 실험자들에게 코카콜라와 펩시가 어느 것인지 미리 알려주고 각 음료를 마시게 했다. 그러자 첫 번째 실험 결과와 반대로 실험자들은 코카콜라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 경우 실험자들의 뇌는 시상하핵 전전두엽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에서 큰 활성을 보였다. 시상하핵 전전두엽피질은 뇌에서 기억과 인지 과정을 담당한다. 따라서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콜라에 대해 연상된 기억과 생각이 콜라 자체의 맛에서 온 만족감을 이겨
버렸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콜라를 맛으로 즐기는 것이 아닌, 기억으로 즐기는 것이다.
지금까지 코카콜라는 ‘오리지널 콜라’, ‘최초의 콜라’에 초점을 맞추어 광고해왔다. 또한 따뜻한 곰의 이미지와 친구들과 가족들이 함께 코카콜라를 마시는 이미지, 그리고 독창적인 콜라병 디자인을 통해 코카콜라는 ‘원조’, ‘진짜 콜라’라는 브랜드, 사람들의 생활에 매우 깊이 관여되고 친숙한 브랜드를 구축했다. 한편, 펩시는 젊고 역동적인 캐릭터를 통해 젊은 세대들에게 어울린다는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주류(코카콜라)에 대항하는 ‘도전자’라는 브랜드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콜라를 생각하면 우선적으로 원조라 여겨지는 코카콜라를 선호하는 것이다.
<질문지능/ 아이작 유 지음 (다연)> 중에서
아이작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23년 10월 31일 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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