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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작 유 Mar 28. 2022

가장 단순한 인간관계의 원칙 - 2탄

인간관계의 세 가지 원칙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세상을 살아간다. 혼자서만은 세상을 살아갈 수 없으며 어느 정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그런데 법화경의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란 말이 있듯이,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게 되고 헤어진 사람은 때가 되면 다시 만나는 법이다. 나의 경우, 대학교 때 매일같이 동고동락하며 함께 놀았던 친구들이 있었다. 졸업 후에도 정말 자주 만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각자 사회생활 하느라 바빠 연락이 뜸해졌다. 결혼 또는 장례와 같은 경조사가 아니면 만나기가 어려웠다. 한편 대학원 때 친하지 않았고 대학원 졸업 후에도 서로 연락을 전혀 하지 않았던 한 후배가 있었다. 나중에 서로 같은 직장에 다니는 것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매주 만날 정도로 친한 사이가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나는 이런 비슷한 경험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인간관계 즉, 인연이란 개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인연은 만들어나가는 것보다 주어지는 것에 더 가깝다고 믿는다. 이런 점에서 나는 톨스토이의 세 가지 질문이 정말로 현명한 지혜라고 생각했고 이를 인간관계의 세 가지 원칙으로 삼았다.


현재의 관계에 집중한다.

첫째, 현재의 관계에 집중한다. 나는 과거의 관계를 과거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를 쓰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소중한 자산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했다. 틈틈이 연락해서 안부를 전하고 경조사가 있으면 대부분 참석하는 등 정말로 많은 노력을 했다. 20대 시절에는 이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내가 30대가 되고 나와 내 지인들이 한창 바쁘게 사회생활을 하고 가정을 이루며 사는 때가 되자, 과거의 관계를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것을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비유하자면 내가 아는 사람 열 사람이 있었는데 여덟 사람은 먼 거리에 살아 만나기가 어려웠고 연락도 서로 하지 않게 되었다. 나머지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어 충분히 만날 수도 있었지만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지 않았다. 나머지 한 사람만이 틈틈이 안부를 전하고 1년에 네 번 정도 만나는 관계가 되었다. 이와 같이 나는 과거의 관계를 동일하게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내가 친했던 사람들을 내 삶에서 떠나보낸 만큼 그 빈자리는 현재 내게 소중한 사람들로 채워진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아내와 두 자녀), 서로 잘되기를 응원해주는 직장 동료들, 매주 함께 테니스 치고 국밥 먹는 동네 사람들, 어린이집/유치원 부모들, 내 책의 독자님들과 출판사 선생님들. 그때그때마다 내게 꼭 필요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내게 찾아왔다. 우리는 과거의 관계에 집착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수에 집착하지 않는다.

둘째, 사람들의 수에 집착하지 않는다. 과거 나는 내 주변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의 자존감 지수는 내가 얻은 사람들의 수에 비례했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정말 지루할 틈새 없이 살아갈 때면 나의 자존감은 하늘을 찔렀다. 반대로 내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면 나는 외롭고 쓸쓸했고 혹시 내가 잘못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더 많은 사람들을 얻기 위해서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나는 많은 사람들을 얻는 것이 인생의 성공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수는 진정한 인간관계와 삶의 행복에 있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 가장 쉬운 예로, 내 핸드폰 카톡에 저장된 사람들의 수는 1,021명이고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는 899명이며, 카카오 브런치 구독자수는 3,598명이다. 다 합치면 5,518명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99%는 단순 아는 사람 또는 모르는 사람 등 피상적 관계일 뿐이고 1%도 안 되는 30~40명만이 현재 나에게 매우 소중한 관계이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얻으려는 노력의 함정은 99%의 피상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1%의 소중한 관계에 소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연이란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지는 것이다. 이를 믿을 때 우리는 사람들의 수에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신이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들만을 그때그때 우리에게 주신다고 믿는다. 때때로 신은 내게 아무도 허락하지 않는 것처럼 나를 외롭게 했을 때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때에 신은 내가 고독이란 녀석을 즐기고 스스로의 힘으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내는 훈련을 하길 원했던 것 같다. 그 외에 신은 언제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내게 주셨다. 그리고 나는 그때그때 내게 주어진 그 소수의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집중했다. 그 결과 내 곁에는 늘 인격적으로 관계를 맺는 소중한 사람들이 존재했고 이들로 인해 인생의 행복이라는 것을 발견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소중한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선한 일을 한다

셋째, 그들이 내게 해줄 것을 기대하기보다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선한 일을 도모한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들에 대해서 사랑의 마음이 없다면,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절대로 남에게 주지 않을 것이고 남에게서 빼앗기지 않으려 할 것이다. 나는 사랑이란 말을 고대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 조사한 적이 있다. 여러 해석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것은 고대 히브리 사람들의 해석이다. 히브리어로 사랑이란 ‘아하바’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의 뿌리어는 ‘하브’이며 ‘주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2 따라서 고대 히브리 사람들은 사랑의 핵심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남에게 내어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해석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랑을 정량적으로 측정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대상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그 대상에게 내가 무엇을 주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만약 내가 누구를 사랑한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고 돈을 쓰지 않고 기회를 만들어주지 않으려 한다면 사랑은 식었거나 없어졌거나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에게 소중한 것을 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소중한 것을 받는 사랑하는 이가 감사해하고 행복해하는 것을 보며 더 큰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  



유인성(아이작유) 작가

<셋으로 된 모든 것은 완벽하다> p35-37 중에서 


아이작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23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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