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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작 유 Apr 12. 2022

부정적인 기분을 즉시 바꾸는 세 가지 무기 - 2편

소(笑) : 일단 웃자!

나는 부정의 힘이 만연해 있는 우리나라 현실 속에서 긍정의 힘을 쥐어짜내는 것은 큰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 전략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긍정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현실을 인정하고 가능한 빨리 부정의 영향권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가 부정 모드에 들어설 때마다 즉시 긍정 모드로 전환시키는 세 가지 강력한 무기를 이야기하고 싶다. 


소(笑) : 일단 웃자! 

내 프로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내 얼굴은 웃는 상이다. 어렸을 때부터 내 별명은 웃음과 관련이 많았다. 웃으면 눈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새우눈’이라 불렸고, 웃으면 하회탈을 쓴 것 같다고 ‘하회탈’ 또는 ‘안동’(안동 지역에서 살아본 적도 없었지만)이라고 불렸다. 또 친구들은 나보고 ‘SM’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Smile Man의 뜻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정말로 잘 웃었다. 이는 억지 웃음이 아니었다. 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로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거의 대부분 웃음으로 반기며 들어주었다. 


중2 시절 사춘기 때였다. 당시 나는 부모님의 말을 거역하며 반항을 하고 있었다. “부모님이 내게 해준 것이 도대체 뭔데?” 외치면서 부모님 특히 어머니 속을 뒤집어놓곤 했다. 나는 “내가 잘하는 것이 도대체 뭘까?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출난 게 뭐가 있을까?” 하는 물음에 푹 빠져 있었다. 나는 남들보다 특출난 머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부잣집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었다. 남들보다 예체능 쪽이나 게임 쪽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키가 크고 얼굴이 잘생긴 것도 아니었다. 나는 특출난 게 없다는 사실에 절망을 느꼈다. 그러던 중 내 방에 있던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게 되었다. 내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거울에 비친 환한 웃음을 보면서 내 얼굴뿐만 아니라 내 마음 전체가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부모님이 내게 최고의 재능을 주셨구나! 웃음 말이야!” 나는 내가 잘 웃을 수 있는 타고난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나는 더욱더 밝게 웃었고 그렇게 웃으며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지난 수십 년간 전문적으로 웃으며 살다 보니 웃음에 대해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그것은 행복하니까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지는 것이다. 말을 좀 바꿔 표현하자면, 좋은 일이 생겨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좋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불안하지 않으니까 웃는 것이 아니라 웃으니까 불안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나는 웃음의 힘을 믿는다. 웃음은 순식간에 긴장과 불안과 스트레스 모드를 타파하고 긍정과 행복 모드로 전환해준다. 도저히 웃음이 나올 수가 없는 스트레스의 상황 속에서 억지로라도 웃으면 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시각으로 상황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때때로 오후 세네 시쯤 나는 업무 피로가 몰려 모든 일이 귀찮고 짜증날 때가 있다. 이 시간에 이를 악물고 일을 더 하려고 하는 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된다. 한번은 오후 네 시 내 앞에 쌓인 업무량을 보면서 심한 불안 증세를 느꼈고 마치 내 주변에 산소가 부족한 것과 같은 호흡 곤란을 느끼기도 했다. 회사에서 일하기 싫을 때, 불안감이 찾아올 때, 업무 중압감이 나를 누를 때,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고 쌓이는 것 같을 때, 나는 잠시 모든 일을 내려놓고 그저 씨익 웃는다. 일단 웃으면 나는 불안과 긴장이 해소되고 마치 산소가 충만한 숲을 산책하는 것처럼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다. 


문헌 조사를 해보니 웃음의 효과에 대해서 정말로 셀 수 없이 많은 의학 연구가 진행되었다. 웃음의 효능에 대한 세 가지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소개해본다. 


첫 번째 연구는 웃음의 강도보다 웃음의 빈도가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미국 헌터칼리지의 잰더 셀렌버그 연구팀은 사람들이 스트레스 유발 사건을 경험할 때 웃음의 빈도와 웃음의 강도가 스트레스 증상을 얼마나 약화시키는지를 실험했다. 예상대로 스트레스 증상은 스트레스 유발 사건 당시 경험했던 웃음의 빈도에 의해 약화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심지어 많이 웃었던 사람들의 경우 스트레스 유발 사건을 경험하고도 그 사건이 스트레스를 유발했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웃음의 강도는 스트레스 증상 완화에 어떠한 연관성이 없었다. 더 강하게 웃었다고 스트레스 증상이 더 완화되거나 하는 결과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 연구의 시사점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능한 자주 웃으라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이 고개를 들고 올라올 때마다 씨익 웃어보자. 


두 번째 연구는 웃음이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코티졸의 양을 완화시켜준다는 것이다. 독일 콘스탄스 대학교 심리학과의 마리아 마이어 연구팀은 35명의 건강한 성인 대상자(여성 51%, 남성 49%)를 세 그룹으로 구분하였다. 


세 그룹은 스트레스 테스트에 노출되기 전에 각각 웃음 요가 세션, 이완 호흡 요가 세션, 비간섭 제어 세션을 경험했다. 테스트 종료 후 즉시 사람들의 코티졸의 양이 측정되었다. 연구팀은 웃음 요가 세션, 이완 호흡 요가 세션을 경험한 사람들의 코티졸 양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들의 것보다 더 적을 것이고 웃음 요가 세션을 경험한 사람들의 코티졸 양이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험 결과, 웃음 요가 세션을 경험한 사람들만 코티졸 양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우리는 웃음이라는 것이 실제로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세 번째 연구는 잘 웃는 사람들이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노르웨이의과기대 신경의학과 명예교수인 스벤 스베박 연구팀은 15년 간 5만3,556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유머 점수와 사망률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하였다. 연구팀은 검증된 설문 조사를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유머를 잘 인지하는지에 대한 유머 점수를 지수화했다. 그리고 유머 지수와 심장병, 감염, 암, 만성폐쇄성 폐질환 등 특정 원인에 따른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여성의 경우 유머 점수가 높은 사람들의 사망률이 크게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48% 감소, 심장 질환에 의한 사망률 73% 감소, 감염에 의한 사망률 83% 감소). 남성들의 경우,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만 연관성이 발견되었다. 유머 점수가 높은 남성들이 감염으로 인한 사망률 74% 감소를 보여주었다. 연구진들은 성별의 차이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남성들이 나이가 들면서 유머 점수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제안했다(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스베박 교수는 웃음이 스트레스 호르몬의 증가를 막으면서 면역력 감소가 방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유머를 잘 인지하고 잘 웃을 수 있는 사람들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유인성(아이작유) 작가

<셋으로 된 모든 것은 완벽하다> p113-117 중에서 


아이작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23년 10월 3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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