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뭐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억지로 외우는 것, 이해하지 않고 기술만 배우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왜냐하면 결국 내 머릿속에서 곧 증발하여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바둑 프로기사들은 경기가 끝난 뒤 200수나 되는 바둑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복기해낸다. 바둑알 한 수 한 수를 대충 둘 수 없다. 그랬다간 패할 테니까 말이다. 하나의 수에는 자신이 생각한 전략과 의미가 담겨 있다. 복기란 그 생각의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다.
바둑의 복기와 비슷한 경험이 나에게도 있다. 대학원 시절, 연구를 위해 여러 실험을 디자인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는 논문을 읽고 생각을 많이 해야 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내가 실험한 내용이 잊히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이다. 지금도 실험들을 어떻5게 했는지 생생히 되돌려 말할 수 있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다. 내가 직접 생각해낸 것은 오래 기억에 남을 뿐만 아니라 나를 성장시킨다는 사실이다.
영어 또한 마찬가지다! 영어의 본질은 언어이다. 그러므로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라는 언어를 활용해 당신의 생각을 만들고 표현해내는 능력, 곧 영어지능을 향상시키는 일이다. 당신의 영어지능을 높일 때, 영어는 공부하지 않으면 다 까먹어버리는 시험 과목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다. 또한 영어지능은 당신이 생각하는 지경을 넓혀줄 것이고 세계 속에서 당신을 성장시키고 결국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우리나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매년 영어교육에 투자한다. 하지만 그 투자 대비 효과는 미비하다. 이에 대해서는 독자들도 이미 깊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순이 다르다”
“몰입된 환경이 아니라서 그렇다”
“자신감이 없어서 그렇다”
“어릴 때 배우지 않아서 그렇다”
“어휘력이 부족해서 그렇다”
“원어민에게 교육받지 않아서 그렇다”
수많은 전문가가 나름의 이유를 제시하고 그 해결책을 내놓는다. 그나마 그들의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지금의 발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영어교육 효과는 계속 미비할 것으로 예상한다. 나는, 우리나라 영어교육 효과가 낮은 이유는 ‘이해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체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궁리하지 않는 영어 공부는 결코 당신의 영어지능을 높여주지 않는다. 궁리하지 않으면 영어 지식은 당신의 장기 기억에 저장되지 않고 단기 기억에 저장된다. 조금이라도 영어를 공부하지 않으면 잊히고 쓸모없어진 골동품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마치 중간 · 기말고사 때 반짝 외웠던 교과목 공부 내용이 시험만 끝나면 증발해버리는 것과 같다.
정말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서 영어를 배우고 시험을 치렀는데 잠깐 한눈을 판 사이에 머릿속의 영어 지식들이 와르르 무너져버리는 것을 수많은 영어 학습자가 경험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한민국의 수능 영어이다.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로 유명한 조쉬는 대한민국 수능 영어 문제지를 들고 영국에 날아갔다. 그는 영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만나서 대한민국 수능 영어 수준에 대해 물었다. 직접 수능 영어를 풀어본 영국의 영어 선생님들은 “말도 안 돼. 이렇게 어려운데 어떻게 한 문제당 오십 초 안에 풀 수 있지?” 하며 놀라워했다. 그들은 수능 영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첫째, 수능 영어에 나오는 지문이 실제로 사용하지 않아 원어민들조차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모르는 영어 단어와 표현들로 가득하다. 매우 터무니없다.
둘째, 동시통역사 수준의 빠른 속도로 영어를 해석하고 빠른 속도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능 영어는 언어로서의 영어 수준을 측정하지 못할 것이다. 원어민도 어려운 수능 영어를 준비하는 대한민국 학생들이 불쌍하다. 수능 영어를 대비하기 위해 학생들이 필요한 것은 생각이 필요 없는 단순히 문제 푸는 기술일 것이다.
셋째, 수능 영어는 암기 과목에 가깝다. 수능시험을 치르고 난 뒤 같은 문제를 1년 뒤에 다시 묻는다면 학생들이 풀 수 있을까? 외운 걸 까먹었기 때문에 힘들 것이다.
이해하지 않고 무조건 외우는 식의 영어교육, 생각하지 않고 정답을 찍는 기술만 키우려는 영어교육은 모래 위에 쌓은 집과 같다. 기반이 튼튼하지 않아서 결국 무너진다. 반면 충분히 이해하고 생각의 힘을 키우는 영어교육은 단단한 지반 위에 세운 집과 같다. 어떤 상황과 환경에도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해야 할까?
잘 알고 있는 익숙한 대상을 기준으로 새로운 것을 배울 때 그 학습 효과가 극대화되고 혁신이 일어난다. 수많은 혁신의 사례에서 보듯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을 융합할 때 비로소 혁신이 일어났다. 예컨대 미국의 택시 시스템을 개혁한 우버(Uber) 창업자 트래비스 캘러닉은 MP3 파일 공유 사이트인 ‘스카우터’와 P2P 파일 공유 사이트인 ‘레드스우시’를 창업한 이력이 있다. 그에게 앱을 만드는 일은 매우 쉽고 익숙한 것이다. 그는 앱이라는 분야에 택시라는 새로운 분야를 융합하여 우버를 만들었고, 결국 엄청난 혁신을 일으켰다.
많은 영어교육 전문가가 영어는 영어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생각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어떻게 우리 머릿속에 깊이 뿌리내린 자연스러운 한국어의 도움 없이 영어지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당신이 어린 시절부터 미국 및 영어권 국가에 살지 않았다면 이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영어 능력이 탁월해져도 모국어인 한국어의 능력을 능가할 수는 없다. 우리는 우리에게 정말로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통해 언어로서의 영어를 바라보고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워야 한다. 이번 연재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한국어를 기반으로 어떻게 영어로 생각할 수 있는지 그 비결을 말하고자 한다.
‘영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미국에서 살 때 나는 독일인 교수, 인도인 교수, 한국인 교수, 중국인 교수, 이스라엘인 교수 등 성공한 1세대 이민자 교수를 많이 봤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모국어를 발음하듯 영어를 구사한다. 하지만 미국인 학생 및 교수 그 누구도 그들의 발음을 문제 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의 영어 발음과 억양이 좀 달라도, 그들의 사고가 영향력 있고 혁신적이기 때문이다. 독일 나치를 피해 미국에 간 아인슈타인은 미국식 영어로 말하지 않았다. 강한 독일어 억양과 히브리어 억양으로 영어를 말했는데, 모든 미국인은 그의 모든 말에 귀 기울였다.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생각이다. 영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당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인문교양서들을 출간하고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로 열심히 일해오는 와중에 영어 공부법을 새롭게 집필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자연스럽게 당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언어로서의 영어 공부법을 공유하고 싶다. 영어, 일본어를 구사하며 히브리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외국어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우리 한국어를 통해 언어로서의 영어를 공부하는 비법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어가 부담스러운 외국어가 아닌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생각을 전하는 언어임을 말하고자 한다.
영어가 두렵고 영어 말하기가 너무 부담스러운 사람, 영어를 재미있게 배우고 오랫동안 평생에 활용하고자 하는 사람, 영어를 처음 시작하여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딱딱하게 배우는 영문법은 싫은 사람, 새로운 시각으로 영어를 바라보고자 하는 사람, 오픽(공인인증 영어 말하기 시험) 같은 부담스러운 영어 회화 시험을 치르려는 사람, 자녀와 함께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학부모, 친구와 함께 공부하거나 스터디 모임을 통해 공부하려는 사람, 영어 공부뿐만 아니라 자기계발 및 성장을 이뤄내려는 사람,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무대로 자신의 위대한 생각을 전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번 연재와 함께하길 바란다.
영어는 언어일 뿐! 당신도 할 수 있다!
당신은 이미 뛰어난 언어지능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라는 우수한 언어 능력을 소유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당신의 언어지능을 영어로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먼저 우리말의 특성에 대해서 이해해보자. 우리는 일상 속에서 어떤 말들을 잘 사용하는가? 우리가일상속에서 자주쓰는말을분석해보자.
“밥먹었어?”
“일있어서못갈것같아요.”
“그럼지금할게.”
“와, 대박이다!”
뭔가 감이 잡히는가? 주어가 없어도 상황상, 정황상 누가 주체인지 파악 가능한 것이 바로 우리말이다. 천재적이다. 한국어를 구사할 때, 우리는 주어를 무엇으로 잡을까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우리는 생각
나는 대로 우리의 생각을 말로 내뱉고 끝에 아주 자연스럽게 서술어를 붙인다. 앞서 예를 든 ‘먹었어’, ‘못 갈 것 같아요’, ‘할게’, ‘대박이다’처럼 말이다. 주어와 서술어를 잡는 것은 우리가 생각을 말하기도 전에 머릿 속에서 아주 습관적으로 자연스럽게 이루어 진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우리말과 비슷한 언어가 스페인어다. 스페인어는 영어와 비슷하지만 주어를 생략할 수 있다. 영어로 'I'는 스페인어로 'Yo[요]'이다. Like는 Quiero[끼에로] 그리고 Korea는 Corea[꼬레아]이다. 예컨대 ‘나는 한국을 좋아한다’는 ‘Yo quiero Corea[요 끼에로 꼬레아]’이지만 ‘Quiero Corea[끼에로꼬레아]’라고 해도 된다. 왜냐하면 Yo와 Quiero가 항상 같이 붙어 다니기 때문이다. Quiero만 있어도 그 앞에 자동으로 Yo 가있다는것을 아주 당연히 스페인어 쓰는 사람들은 아는 것이다. 우리말처럼 생각한 것을 말할 때 주어를 무엇으로 잡고 쓸까 고민하지 않고 이에 맞는 동사가 무엇이 와야 할까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그들도 생각 나는대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주어와 동사를 입에서 내뱉는다. 한국어와 스페인어가 그렇다면 하물며 영어는 어떤가?
영어도 언어의 하나일 뿐이므로 마찬가지다. 스페인어 사용자들이 ‘주어 + 동사’ 또는 주어 없이 ‘동사’를 입에서 바로 말해내는 것처럼 영어 사용자들의 입에서는 ‘주어 + 동사’가 바로 튀어나온다. 영어를 할 때 주어를 잡는 것, 동사를 잡는 것은 머릿속으로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이 아주 빨리 습관적으로 그리고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이다. 따라서 우리 역시 영어로 말할 때, 주어와 동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아주 자연스럽게 입에서 튀어나오고, 또한 들었을 때 해석이 되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 이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익숙해져 습관처럼 입에 달라붙게 될 것이다. 이제 영어 공부를 할 때, 주어와 동사를 엄격하게 분리해서 연습하지 말고 ‘주어 + 동사’(이하 '주동')를 합쳐서 동시에 연습하는 습관을 들이자. 바로 이것이앞으로 할. 영어 공부의 첫 단추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처럼, 영어 공부에서 주동을 제대로 구사하기만 해도 영어를 쓰고, 말하고, 생각하는 모든 활동이 술술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이다. 'Make(만들다)'를 예로 들어보자. 방금 말했듯이 Make만 따로 주야장천 읽고 외우지 말고 주어와 합쳐서 주동의 단위로 읽어야 한다. 그리고 주동을 말하는 속도가 빨라져 입에서 바로 튀어나올 정도로 연습하라.
아이작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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