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부모님과 플리마켓을 다녔던 따뜻한 추억이 담긴 인테리어
오늘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사는 실리아네 대문을 두드려봤습니다.
실리아의 집은 구석구석 따뜻한 기운이 묻어있었어요. 천장의 오래된 나무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나있고, 목재로 만든 창틀과 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서 이 집에는 수많은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해요. 이 집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궁금해 오늘은 낰낰이 직접 실리아와 그녀의 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What does home mean to you?”
(실리아에게 집은 어떤 의미에요?)
“저는 사실 어디서든 잘 자고,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에 집이라는 공간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집을 미술관처럼 멋지게 꾸미기 위해 노력했죠. 그래서 실제로 TV나 컴퓨터와 같은 가전이 미관을 해친다고 생각해 오랫동안 집에 들이지 않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미적인 아름다움만 중요시하던 생각을 조금씩 내려놓으려고 해요.”
“What is your secret to your interior design skills?”
(이렇게 멋진 인테리어를 할 수 있었던 비법이 뭔가요?)
“저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배운 적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찾아가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 같아요. 처음엔 미니멀리즘을 시도하기도 하고 화려한 색감을 집 전체에 적용해보기도 했어요. 그 과정 속에서 저라는 사람은 화려한 색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구의 디자인 그 중에서도 형태가 독특한 것들의 조합은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무채색의 팔레트를 유지하면서 독특한 모양의 가구로 공간에 재미를 주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I see your love and passion for vintage furnitures. Is there any story behind it?”
(빈티지 가구를 향한 애정이 인테리어에서도 엿보이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빈티지 가구를 파는 플리마켓을 자주 갔었어요. 그 때의 기억은 지금도 저를 행복하게 해요. 제게 플리마켓에서의 경험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구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해줬던 소중한 기억이에요. 그러다 보니 독립을 하고 나서도 가구를 구매할 땐 빈티지를 파는 곳으로 향하게 되는 것 같아요.”
“Lastly, could you share some tips for people who just started decorating their home?”
(이제 집을 막 꾸미기 시작한 분들에게 주고싶은 인테리어 꿀팁이 있을까요?)
“첫째로, 유행에 따라 구매하지 마세요. 둘째로, 인내심을 가지세요. 로마가 하루 아침에 지어지지 않았다는 말이 있듯이 나에게 맞는 집 또한 하루 아침에 구현되기 어려워요. 세번째로, 가구를 재배치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마세요. 가구를 재배치해 구조를 바꾸는 건 새로운 물건을 사지 않고도 분위기를 단숨에 바꿀 수 있는 효율적인 팁이에요. 막상 시도해보면 많은 시간이 들지 않아서 전혀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양한 모양을 한 공간 안에 함께 배치해보세요. 예를 들어 원형 테이블과 사각형의 러그를 함께 놓는 거죠. 이렇게 하면 어떤 인테리어에도 균형감을 줄 수 있어요.”
(오늘 소개하는 모든 제품에는 구매 가능한 링크 또는 홈페이지 링크를 넣었으니 본문의 파란 글씨를 클릭해보세요!)
1. [빈티지 제품] Hanging Lamp by Superlight Denmark
2. [빈티지 제품] ISAK Designed by Niels Gammelgaard
3. [빈티지 제품] Poul Cadovius System Cabinet for Royal System
4. [Gallotti & Radice] T35 R
5. [Kartell] Madame Ecopelle
6. [빈티지 제품] Vintage B32 chair in chrome steel and canework by Marcel Breuer
7. [Noguchi] Akari 24N
8. [Jotex] Caterpillar Vägghylla
9. [Vitra] Panton Chair
날카로운 전등갓이 돋보이는 이 제품은 데이비드 모겐센이 1970년대에 디자인한 팬던트에요. 슈퍼라이트 덴마크라는 조명 브랜드를 위해 제작했다고 해요. 루이스 폴센과 비슷한 점이 많은데 아마 데이비드 모겐센과 루이스 폴센의 활동 시기가 같아 서로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받은 것 같아요.
어딘지 엉뚱해 보이는 이 의자는 덴마크 출신 디자이너 닐스 감멜고르의 폴딩 체어에요. 1987년 이케아를 위해 닐스 감멜고르가 디자인한 접이식 의자예요. 이케아가 추구하는 실용성을 접목해 심플한 곡선에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 좁은 공간에도 사용할 수 있어요. 또 사용하지 않을 땐 가볍게 접어서 수납하는 것도 가능해요. 이케아에서는 더 이상 생산하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빈티지 시장에서 인기 있는 제품이에요.
거실에 영롱하게 놓인 이 투명 테이블은 갈로티 앤 라디스의 T35 R 커피 테이블이에요. 갈로티 앤 라디스는 유리를 활용한 미니멀한 디자인이 특징인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브랜드예요. 그 중 T35 R은 1975년에 피란젤로 갈로티가 직접 디자인한 커피 테이블이에요. 강화 유리로 만든 3개의 테이블이 세트로 구성된 제품이에요. 작은 테이블을 꺼내 따로 사용할 수 있고 실리아처럼 작은 테이블을 큰 테이블 안에 넣어 디자인 디테일을 더해주는 요소로도 활용할 수 있어요.
투명한 다리로 눈길을 끄는 이 의자는 필리프 스타르크의 마담 에코펠 체어에요. 필리프는 자신의 디자인을 ‘민주적인 디자인’이라고 불렀어요. ‘민주적인 디자인’은 좋은 품질과 우수한 디자인 제품을 많은 사람들이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디자인 철학이에요. 그는 자신의 제품이 엘리트들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은 오브제와 가구들을 수량 제한없이 생산한 것으로 유명해요. 디자인 측면에서도 카르텔이나 라 마리에와 같은 유명 가구 브랜드와 합작을 할 정도로 필리프의 디자인은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의자는 마르셀 브로이어의 B32 빈티지 의자에요. 마르셀 브로이어는 그의 학창시절이었던 1920년대에 세계 최초로 구부린 강철관으로 만든 의자(바실리 체어)를 제작했어요. 그 후 금속관을 구부린 의자는 마르셀의 시그니처 디자인이 되었죠. B32는 직경이 큰 파이프를 사용해 의자의 구조를 단순화 시켰어요. 그리고 앉는 사람의 무게를 스프링처럼 탄력있게 받아 낼 수 있어서 편안함까지 갖춘 디자인이에요.
그동안 낰낰과 함께했던 집들이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조명이죠. 이 제품은 빛을 조각한 예술가라는 평가를 받는 이사무 노구치의 아카리 24N이에요. 일본 전통 조명에서 영감을 받아 종이와 대나무로 만든 제품이에요. ‘아카리’는 등불이라는 뜻인데요. 노구치가 외로웠던 어린 시절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따뜻한 어머니의 품과 창호지 사이로 스며들던 달빛을 떠올리며 조명을 디자인했다고 해요. 아카리 조명의 탄생 이야기를 알고나니 아카리 램프가 뿜어내는 빛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독특한 형태의 가구가 모여 있는 브랜드 요텍스의 캐터필러 선반이에요. 애벌레가 꾸물거리는 모습을 형상화시켜 이름을 캐터필러라고 지었다고 해요. 이 선반은 아주 얇은 두께의 철로 만들어졌어요. 그래서 유연한 성질 덕분에 실리아처럼 한쪽을 살짝 사선으로 벽에 거는 것도 가능해요. 책상 위에 있는 평범한 물건도 캐터필러 선반 위에 두면 위트있는 인테리어 소품처럼 보일 것 같아요.
하나의 곡선으로 디자인된 이 의자는 덴마크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의 팬톤 체어에요. 팬톤 체어는 플라스틱을 더 얇고 가벼우며 저렴한 가격으로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발전시켜 탄생했어요. 팬톤은 이 의자를 디자인할 때 사람의 체중을 의자 전체에 고루 분산시킬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그리고 의자에 앉은 사람의 몸매를 형상화시켜 앉았을 때 가장 편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죠. 지금까지도 생산되고 있는 팬톤 의자는 더 좋은 소재로 꾸준히 변화하고 있지만 베르너 팬톤의 오리지널 실루엣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편안함은 행복한 일상이 남긴 흔적이다
'내 집처럼 느껴진다'는 내 집에서 느낄 법한 편안함이 다른 공간에서 느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집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 곳에서 얼마나 나답고 편안한지인 것 같아요. 실리아는 그동안 다양한 인테리어를 시도해봤지만 결국 편안함을 느꼈던 건 지금의 디자인이라고 해요. 그리고 그 디자인의 중심에는 실리아가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빈티지 가구를 구매했던 기억이 자리잡고 있어요. 누군가에게는 빈티지 가구를 구매하는 것이 낯설고 어색한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행복한 기억인 것이죠. 그래서 매번 집들이를 할 때면 주인공이 살아온 이야기와 가치관이 곳곳에 묻어 있어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해요.
저는 다가구 주택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보냈던 어린시절 기억이 행복하게 남아있어 언젠가는 꼭 구옥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진한 나무색으로 가득한 집을 보면 그렇게 편안함이 느껴질 수가 없더라구요. 그리고 생각해보니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은 내가 행복했던 순간에 머물렀던 곳들에 대한 기억의 총합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행복했던 순간은 아주 특별하고 거창한 것들이 아니라 정말 사소한 일상의 행복이라 나도 모르게 계속 쌓여온 것들이죠. 여러분에게도 사소하지만 행복한 순간이 가득한 하루가 되길 바랄게요.
오늘의 집들이 주인공:
https://www.instagram.com/sherl0ckh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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