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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Aug 16. 2020

몰랐던 슬픔이 돌아왔다. 그리고...

내가 나에게.. 1



'울지 마'

'저게 뭐라고 울어.. 너 그러면 지금 되게 웃겨. 이상해'

'다른 사람 곤란하게 만들지 마'


언제부터인지 나는 울 수가 없었다.

눈물이 나려 할 때는 머릿속에서 날 분석하기 시작하거나 울면 안 된다고 채근하는 친구 혹은 상전(topdog)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필사적으로 나에게서 어떤 감정을 느끼지 못하도록 보호해주는 것 같았다.


그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막아놓았던 아픈 기억을 마주하기로 마음먹은 뒤, 그들은 사라졌다. 울 때 시끄러워 집중할 수 없었던 머릿속이 이젠 조용해진 걸 느낀다. 내 몫의 감정을 드디어 돌려받았다. 이제 난 슬픔을 감당할 수 있게 되었나 보다.



그래서 좋은가.....

아니, 하나도 좋지 않다.
슬프니까 무척 아프다. 아픈 게 여전히 두렵다.
발거벗은 내 마음이

바들바들 떨린다.

내 마음은

처음 눈물을 억압해놓았던, 어린 나이의 슬픔에 취약한

그 마음 그대로다.

'아, 그래서 네가 있었구나, 넌 내가 아파하지 말라고 계속 지켜줬던 거구나.'

떠나고 나니 내가 어떤 심정으로 그 친구를 만들었는지 절실히 알겠다.

고마울 만큼 쉽지 않다. 슬픔에 적응하는 건..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영원히 고통을 사라지게 하는 마법 같은 건 있지 않았다




-

그래도 괜찮다.
그냥 느낌이 괜찮다.
이제 내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으니까..
죽고 싶지는 않으니까..

억압에서 해방됐다고 특별히 달라진 건 없지만 그래도 어딘가 견딜만하다.
아파도 이제는 이 쉬어진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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