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과 퍼스널 브랜딩의 허점
갓생: 신을 의미하는 ‘God’과 인생을 뜻하는 ‘생’의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타인의 모범이 되는 삶을 뜻하는 신조어.
퍼스널 브랜딩: 나만의 개성과 매력, 재능을 브랜드화하여 나의 가치를 높이는 행위.
이 두 트렌드의 공통점은 크게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제시하며 사회적 붐을 일으켰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내가 1학년 때부터 꽤나 미쳐있던 키워드였다는 것이다.
갓생과 퍼스널 브랜딩은 같은 교훈을 공유한다. “남들과는 다르게 산다면 취업도 하고 부자가 되고 3대가 복을 받고.. “ 마치 무속신앙 같기도 교장 선생님의 끝없는 훈화말씀 같기도 한 이 메시지는 최근 몇 년 동안 MZ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다. 여기서 핵심은 "타인과는 다른 나"이다. MZ는 개성을 중요시한다고 뉴스에서 많이들 이야기하지 않나. 그 기대에 부흥해 MZ라면 너도 나도 "대체 불가능한 나 만들기"에 도전했다. 마치 어릴 적 많이 했던 인형 꾸미기 게임처럼.
사실 남들과 다르게 산다는 것도 결국 더 일찍 일어나고, 경제 공부를 하고, 헬스를 다니고, 부업을 하고, 그 와중에 취미도 놓치지 않고, 콘텐츠화해서 나라는 사람을 브랜딩 하고 … 이 모든 것들을 이루는 매일매일을 살라는 이야기다. 한 마디로, 번아웃 오기 딱 좋은 생활 패턴이다. 이 덕분에 20살부터 2-3개월에 한 번씩은 번아웃이 왔다. 하지만 번아웃이 오는 것까지도 갓생러의, 그리고 퍼스널 브랜딩의 숙명이라 그 당시에는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갓생을 살고, 나라는 사람을 새롭게 브랜딩 하려 했던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저 무속신앙의 메시지가 내 불안을 잠재워주었기 때문이다. 미래가 마치 나를 잡으러 오는 경찰처럼 느껴졌기에, 아무것도 안 하는 나는 범죄자와 다름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산다면, 남들처럼 살지 않는다면,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효과적인 성취를 이룬다면 미래경찰이 내게 표창장을 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족쇄와도 같은 갓생을 살아가다 보니, 꾸준하게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려 노력하다 보니 이 트렌드에게 슬픈 이면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갓생이나 퍼스널 브랜딩이나 새로울 것 하나 없는, 즉 “남들과 똑같은” 패턴이라는 것이다. 미라클 모닝?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먹는다의 영어 버전이다. 언어 공부? 매년 새해 목표 리스트에 반드시 포함되는 항목 중 하나일 뿐이다. SNS 브랜딩? 요즘 시대에는 SNS 안 꾸미는 사람이 더 특별하다.
이 깨달음은 내가 갓생러와 퍼스널 브랜더들을 팔로우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트렌드에 미쳐있던 사람으로서, 인스타그램에 “대학생 갓생러, 퍼스널 브랜딩 강의” 해시태그만 보이면 구독을 눌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팔로우했던 모든 인플루언서가, 그 누구를 위한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나만의 “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하고 있다고 자부하던 그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공장에서 찍혀 나오는 똑같은 모양의 인형처럼. 눈동자 하나라도 미세하고 잘못 찍혀 나오면 바로 폐기될 것처럼, 사람들은 하나같이 다를 것 없는 라이프 스타일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에 싸늘한 기시감을 느끼며,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염원이었던, 하지만 결국 대학생의 신분으로는 가질 수 없을 것이라 느꼈던 경쟁력과 전문성과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남들과 다르게 살기 위해 똑같이 사는 것, 그게 우리가 하고 있던 행위였다. 우리는 더 나아지기 위해 같아졌다.
아직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헤매며 살고 있다. 결국 누군가와 달라진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한 번도 그런 삶을 지켜본 적 없어서 모르고 있거나, 나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로 무의식적으로 치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우리는 다들 혼돈에 빠져 있나 보다. 그렇기에 갓생이 최고라면 우르르 쫓아가고, 퍼스널 브랜딩이 돈이 된다면 우당탕탕 시작해 보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 이상 현재를 담보 삼아 미래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서도 매일 열심히 살아가겠지만 말이다.
내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 진지하게, 그리고 편견 없이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 너무 세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아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