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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싸라 Nov 24. 2023

'알람 기능'은 언제 필요할까?

 세상에는 이런 일도 있다. '온라인게임'이라는 제품에 대해 앞으로 발생할 규제 혹은 기존 규정을 수정하는 것과 관련된 정책업무. 내가 하고 있는 일이긴 한데, 뭔지 알쏭달쏭할 것 같아 좀 더 풀어 설명하면 이렇다. 모든 제품은 우리가 사는 현실이라는 공간에서 사용된다. 그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결국 우리가 사는 곳에서 서비스된다. 근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법(고상하게 얘기하면 법치주의)'이 다스리는 곳이다. 정책을 디자인하고 이끌어가는 곳은 보통 입법부나 행정부다. 하나 그게 말이 되는지, 진짜 그렇게 하면 되는지 등 고려해야 될게 분명 있다. 결국,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모여서 이런 논의를 하게 되는데, 내가 하는 일은 제품을 생산 혹은 서비스하는 관점에서 이런 새로운(혹은 기존의 수정 방향 등) 규제의 디자인에 참여하는 거다.


 논의를 하기 위해 당연히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한다. 보통 각자가 서있는 장소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한데 내가 일하는 이곳에서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관점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다른 규제라는 새로운 관점 또한 경험할 수 있었다. 본사는 미국이고 세계 각국에 지사를 두고 서비스하고 있는 이곳은 같은 이슈라도 지역마다 미묘하게 다른 점들이 있어 흥미로운 경험을 하는 점이 꽤 있다. 분명 같은 게임인데 지역별 규제들이 달라 이용자 경험이 달라지는 것들 말이다. 그중 오늘 얘기할 사례가 바로 'Parental Control (자녀 보호 기능)'이다.


 Parental Control은 만약 PC온라인 게임을 하고 있거나 집에 콘솔 게임기가 있다면 로그인 후 '설정' 등에 들어가 '우리 자녀 지킴이'나 '게임 시간 선택제' 등의 이름으로 만날 수 있다. 직역하면 "부모 통제"이기에 단어에서 오는 포스가 왠지 강렬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단어 자체가 낯설다. 인기 있는 모바일 앱은 말 그대로 전 국민(DAU: Daily Active User가 오천만 명 이상이 넘을 정도니)이 다 사용하지만 이런 기능이 없다. 또, 아무리 온라인게임이 인기 있다고는 하나 평균 사용자가 저 정도는 안 될 거다. 아무리 많아도 몇 십만 혹은 백만 명 주변 일 텐데 게임들에만 이런 기능이 들어가 있기에 낯선 게 당연하다. 이마저도 법적으로는 PC온라인과 콘솔게임 만이 대상이기에 더더욱 낯선 게 당연하다.

 

 이 기능의 취지는 '청소년 보호'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게임시간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시스템적으로 게임 시간 자체를 줄이는 것이 청소년 보호를 위한 길이다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한데 영국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2021년 9월부터 AADC (Age Appropriate Design Code)라는 이름의 규제가 시행 중인데, 총 15개 기준이 있고 각각의 서비스에 따라 지켜야 할 항목에 차이가 있다. 눈에 띄는 항목을 보면 "채팅, 친구추천, 개인화된 상품 제안, 알림, 광고트래킹, A/B testing 등에 대한 제한"인데, 그중 게임 시간제한은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경우 법제화된 청소년 보호 규제는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일본 내 다수의 유명한 게임회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CESA (Computer Entertainment Supplier's Association)라는 온라인게임 협회는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부모동의가 필요하다거나, 인게임 내 구매를 위해서는 나이대 별로 월별 일정금액 제한을 둬야 된다거나, 지나친 소비를 막기 위한 안내 메시지가 있어야 된다는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마다 법이나 규제가 다른 건 사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거다. 각 구성원이 다르고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맥락 역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 지역마다 법 혹은 de facto regulations(법은 아니나 실질적인 규제로 느끼는 사항)이 다르니 같은 제품이라도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서비스된다. 근데 언제부터인가 점점 이런 생각이 몽실몽실 생겨났다. 시스템이 필요한 순간은 언제일까? 시스템은 개개인의 고민이나 해결하려는 의지 등이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주인이 될 수 있을까? 비록 내 생각이 증거를 기반으로 한 정책(Evidence based policy)은 아니지만 시스템은 결국 우리의 노력을 보조하는 역할을 할 때 그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뭔가 상식적인 의문 말이다. 


 비록 지역마다 구체적인 방법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청소년 보호라는 가치를 뭐라 하거나 얕보는 이는 없을 것 같다. 다른 나라가 꼭 잘한다는 건 아니지만 플레이 시간을 정한다는 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그 지지 부단한 과정을 거쳐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가 정하는 약속에 더 가깝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 약속이 먼저고 그것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은 나중일 테다. 하지만 반대가 되면 어떨까? 서로 간의 신뢰 없이 시스템을 먼저 이용하고 부모-자녀 간의 약속을 사후에 정한다면 그게 잘 지켜질까? 아침 일찍 일어나는 건 참 어렵다. 하나 꼭 일어나야지라고 마음먹은 후 알람을 켜놓는다면 나한테 큰 힘이 된다. 물론 여전히 일어나기는 어렵지만. 하지만 부모 혹은 누군가가 나와 협의도 없이 이른 아침에 알람을 맞춰 놓고(혹은 다소 일방적으로 정하곤), 뒤늦게 내가 발견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그 둘은 분명 다르지 않을까?

ntal Control은 효과가 있을까? Parental Control은 효과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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